"버려지던 급식이 이웃 밥상으로" 수원 잔식 기부의 '가치'

기사등록 2026/03/20 15:12:02

시범 4개월 만에 1만3866팩 소분·배달, 연중 사업으로 확대

"단순 폐기 아닌 공유 자원으로"…학교급식의 사회적 가치 전환

[수원=뉴시스] 자원봉사자들이 학교급식에서 나온 잔식을 위생적으로 소분해 도시락 형태로 포장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자원봉사자들이 학교급식에서 나온 잔식을 위생적으로 소분해 도시락 형태로 포장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3.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학교급식에서 배식되지 않고 남은 음식은 대부분 그대로 버려진다. 먹을 수 있는 상태임에도 위생·법률적 우려 때문에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했던 영역이다. 경기 수원시가 이 고리를 끊고 급식실을 지역사회 나눔의 출발점으로 바꾸고 있다.

20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8개 학교와 2개 복지관이 참여하는 '학교급식 잔식 기부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매산·매원초, 곡반·망포·수성·영복여중, 이의·호매실고가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을 통해 총 31차례에 걸쳐 잔식 4116㎏을 수거하고 이를 1만3866팩으로 소분해 취약계층 1937명에게 전달했다. 후식 2019개도 함께 기부됐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4260만원 상당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성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시민처럼 기존 복지 체계가 포착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학교급식이라는 검증된 식단이 정기적으로 도달한 것이다.

환경적 효과도 함께 따라왔다. 음식물쓰레기 감축으로 탄소 배출량 790CO₂eq/kg를 줄였는데 이는 승용차가 3950㎞를 달리며 내뿜는 양이고, 소나무 36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급식실 하나에서 시작된 변화가 돌봄 사각지대 해소와 탄소 감축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낸 셈이다.
[수원=뉴시스] 학교급식 잔식을 소분한 반찬이 진열된 가운데 한 시민이 필요한 음식을 선택해 가져가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학교급식 잔식을 소분한 반찬이 진열된 가운데 한 시민이 필요한 음식을 선택해 가져가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6.03.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장의 온기도 빼놓을 수 없다. 블랙홀봉사단, 권선의용소방대, e사랑, 수원시리더회 등 9개 봉사단체에서 자원봉사자 301명(연인원)이 매회 소분·포장 작업에 나섰다. 학생들은 자신이 먹는 급식의 일부가 이웃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교실 밖에서 나눔의 가치를 체득했다.

올해는 규모가 한층 커진다. 참여 학교가 14개로 늘고, 수요처도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6곳이 추가돼 8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수원시는 전날 신규 참여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이달 24일부터 12월까지 주 2회 사업을 운영한다.

운영 방식은 학교가 잔식을 기부하면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전용 용기로 냉장 수거·운반하고 복지관과 센터에서 소분·배분하는 구조다. 수원교육지원청이 학교 참여를 연계하고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민·관·학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는다.

버려지던 급식이 이웃의 한 끼가 되고, 탄소가 줄고, 학생이 배우고, 봉사자가 함께하는 이 구조는 학교급식이 단순히 학생을 먹이는 제도를 넘어 지역사회 공유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모범사례다.

남상은 수원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 사업은 학교급식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면서 탄소 중립에도 기여하는 나눔의 본보기"라며 "올해 확대된 참여기관과 함께 지속 가능한 나눔 모델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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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던 급식이 이웃 밥상으로" 수원 잔식 기부의 '가치'

기사등록 2026/03/20 15:12: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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