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이란 전쟁으로 NPT체제 의미 없어질 수도…이란이 자칫 북한을 '롤모델'로 삼을 우려"[이란戰을 말한다]

기사등록 2026/03/23 14:00:00

이란 전문가 김혁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 뉴시스와 인터뷰

"'강 대 강'으로 가면 NPT 의미 없어질 수도…핵 제어 프로토콜 만드는 일 중요"

"트럼프, '페트로달러' 체제 강화 목적 있어…'페트로위안화' 시도에 제동 건 것"

"북한은 이란과 달리 산유국 아냐…'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는 식의 말은 안 맞아'"

"트럼프는 이란이 항복 안 해도 승리 규정할 듯…이스라엘이 동조할지는 미지수"

"하메네이 제거 후 이란 군부 역할 더 강해져…모즈타바, 혁명수비대 제어 못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학과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3.19.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학과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3.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이란 전문가인 김혁 한국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과 관련해 "강 대 강으로 가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의미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한국외대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핵을 제어할 하나의 프로토콜을 만들어가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고 빠져나가면 이란은 지속적으로 핵 개발을 가속할 수 있다"며 "미국과 이란간 핵협상이 결렬되고 이란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핵밖에 없다'고 하면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핵 개발에 엄청나게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핵 개발에 매달리게 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핵규범으로 작용해 온 NPT 체제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끌어올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도의 우라늄을 440㎏ 보유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60% 농축 우라늄 약 42㎏면 무기급인 90% 수준으로 농축 시 핵폭탄 1기를 제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또 국제사회 핵 판도가 흔들리면 이란이 핵보유국 지위를 스스로 내세우는 북한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하고 2006년 1월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제는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화 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NPT 가입국이지만,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전례가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다음 차례는 북한이다'라는 식의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는 페트로달러(원유를 미국 달러화로 거래하는 것) 체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트럼프는 '페트로위안화'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북한은 산유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인구 9000만의 이란을 '시장 기반과 잠재력'을 갖춘 국가로 보고, 문화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자주 국방 니즈(필요)가 커진다면 우리 방산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쟁의 종료 시점과 관련 "트럼프는 이란이 항복하지 않아도 '우리는 승리했다'고 스스로 규정할 듯하다"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언급했다.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한미관계를 고려하면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조건을 달아야 한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은 2020년 당시 미국의 연합군 참여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청해부대가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넓히는 방식으로) 오만 앞바다에서 정박하며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는 불가능하다. 이란 땅덩이가 남한의 15배이고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 호르무즈까지 1200㎞다. 해협 입구에는 아부무사섬, 대툰브섬, 소툰브섬 등 섬들도 있다. 완전한 통제력을 확보해 호르무즈 항행을 보장하려면 본토에 지상군이 들어가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 핵문제를 중심으로 본다면.

"이란 핵문제는 북한과는 다른 차원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법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음 차례는 북한이다'라는 식의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전쟁에는 페트로달러(원유를 미국 달러화로 거래하는 것) 체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 트럼프는 '페트로위안화'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나. 북한은 산유국이 아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 체제 지속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의 봉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체제가 무너지려면 시위가 일어났을 때 엘리트 집단 내에서 이탈, 붕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22년 히잡시위 때도, 지난해 12월 반정부 시위 때도 이란 물류·유통을 주무르는 바자르(시장) 상인을 제외하고는 그런 이탈이 없었다. 게다가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부대가 아니라 군산복합체이기 때문에, 이란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시위 이후 뚜렷한 로드맵도 없다. 현실적으로 이란이 민주주의 체제로 바로 점프하기는 쉽지 않다."

-하메네이 제거 후 이란 강경 지도부가 흔들릴 가능성은.

"트럼프 행정부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당장 이란 국민들이 봉기하고 핵심 엘리트들이 이탈하리라고 본 듯한데, 오판이었다. 오히려 군부의 역할이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모즈타바(하메네이의 차남)와 하메네이의 생각은 거의 다르지 않겠지만,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와 달리) 혁명수비대에 동조할 능력만 있지 제어할 능력은 없다고 보인다."

-이번 전쟁의 확전 범위와 종료 시점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미국의 '승리 선언' 가능 시점은 언제쯤으로 보는가.

"군사적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고, (미국이) 승리했다고 선언해도 크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닐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제한전'으로 규정하느냐 '전면전'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전쟁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 본인이 지난달 28일 첫 공격 후 '길면 6주'라고 이야기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항복하지 않아도 '우리는 승리했다'고 스스로 규정할 듯하다. 이스라엘이 동조할지가 문제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는 이어질 수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향방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핵협상 시나리오가 이상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다. 지난달 26일 3차 미-이란 핵협상에서 중재에 나섰던 오만 외무장관도 이란이 핵프로그램 제한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고 발표했는데, 직후에 공격이 이뤄졌다. 그 추를 핵협상 시점으로 돌려놔야 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학과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3.19.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학과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3.19. [email protected]

-이란은 핵협상에 어떤 입장일까.

"지난해 12월 28일 이란 반정부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임계치를 넘어선 이란의 경제난으로 인해 지금의 신정체제를 강하게 지탱하던 바자르 상인들도 시위에 나섰다. 이란 상권의 중심인 바자르 상인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은 엄청난 시그널이었다. 이란 정부는 이 시위를 강경 진압해 소강 상태로 만들고 핵협상에 들어간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체제를 유지하려면 결국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 극복하려면 원유를 팔아야 하고, 제재 해제는 미국과의 협상을 뜻한다. 이란이 제시한 종전 조건 중 하나인 '배상금 지급'은 최소한의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뜻한다고 보인다. 이는 결국 핵협상에서 논의하던 것이다."

-이란은 핵개발을 계속 할 것 같나.

"핵시설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고 트럼프가 빠져나가면 이란은 지속적으로 핵 개발을 가속할 수 있다. 협상이 결렬되고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핵밖에 없다'고 하면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핵 개발에 엄청나게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번 전쟁이 국제 질서에 남길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핵을 제어할 하나의 프로토콜을 만들어가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돌이켜보면 이란과 미국이 체결했던 JCPOA가 파기된 이후 이란은 단계적으로 우라늄 농축 비율을 높였다. 강 대 강으로 가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의미 없어질 수 있다. 이란은 (핵보유국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북한을 롤모델로 삼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 한국은 이란 등 중동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현재 무슬림 인구가 20억명 수준이다. 이란 인구는 9000만명이다. 이란을 핵심 시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과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필요하다. 문화적 이해도 있어야 한다. 또 이번 사태로 미국에 의존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 사이에서 안보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방어를 100%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국가들의 자주 국방 니즈(필요)가 커진다면 우리 방산업체에 기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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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이란 전쟁으로 NPT체제 의미 없어질 수도…이란이 자칫 북한을 '롤모델'로 삼을 우려"[이란戰을 말한다]

기사등록 2026/03/23 14: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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