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덕의 희곡 '동승', 이철희 연출이 재창작해 선봬
1991년 '동승'에 출연한 지춘성이 다시 도념 역 맡아
35년 전 연기를 후회하는 배우 통해 삶에 대해 다뤄

연극 '삼매경'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초로의 배우가 젊은 날의 자신과 다시 마주 선다.
"난 네가 되지 못했던 것 같아…난 실패한 거야."
30년이 넘는 세월 자신을 괴롭혀온 미완의 연기에 대한 후회가 무대 위로 되살아난다. 몇십 년째 같은 이야기냐는 핀잔에도 그는 그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연극 '삼매경'은 1939년 초연한 함세덕의 희곡 '동승'을 이철희 연출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이름을 올렸다.
원작 '동승'이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삼매경'은 과거 자신의 배역을 실패로 여긴채 연극의 시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배우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1991년 박원근 연출의 '동승'에서 스물다섯의 나이로 동자승 도념 역으로 분했던 배우 지춘성이 '삼매경'에서 다시 도념을 맡았다. 극중극 형식의 이 작품에서, 그는 35년 전 자신의 연기를 바로잡기 위해 저승길에서 삼도천으로 뛰어들고 과거와 현재, 연극과 현실이 뒤섞인 '삼매경' 속으로 빠져든다.

연극 '삼매경'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5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도념을 연기하는 인물이 지춘성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자체만으로 힘을 얻는다.
그는 과거 '동승'으로 여러 상을 휩쓸며 연극계 스타로 올라선 배우다. 그런 그가 세간의 평가와 달리 여전히 자신의 연기를 아쉬워한다는 설정 아래 "그때의 그 동승이 평생의 꼬리표가 됐다"며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배우라는 존재의 숙명도 드러난다.
과거로 돌아간 시간 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후회를 바로잡기 위해 몸부림친다. 어머니의 빈소에서도 연기를 위해 사람들을 관찰하고, 동자승처럼 어머니의 존재를 지워기도 한다. 연기를 향한 집요함에 경외감을 자아낼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을 몰아붙여도 그는 그때의 후회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그를 붙드는 과거를 정면으로 찌르는 것은 주지 스님의 한마디다. "후회는 덫이야. 네 발목을 채어 내일로 못 나가게 허지".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이 아니라 미완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임을 일깨운다.
마침내 그는 "안녕…나의 아름다운 미완성"이라는 작별의 말로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극의 말미 1인 3역으로 도념과 주지, 미망인을 홀로 연기하는 지춘성에게서는 무아지경에 가까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연극 '삼매경'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 곳곳에 곱씹어볼 만한 대사가 계속해서 펼쳐진다는 점도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다.
연극과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지춘성이라는 인물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자연스레 삶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겪었던 실패와 후회에 대해. 그럼에도 다시 이어가야 하는 삶에 대해.
"니들은 이까짓 거에 단 한 번이라도 뜨거워져 본 적 있어?"라는 외침도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질문으로 남는다.
'삼매경'은 다음 달 5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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