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줘서 고마워"…500g 초극소아, 네차례 수술끝 퇴원

기사등록 2026/03/17 09:48:27

최종수정 2026/03/17 10:25:59

손바닥만 했던 아기, 3.8㎏으로 무사 퇴원

호흡곤란·장폐색 등 네 차례 수술 이겨내

산과·신생아집중치료팀 긴밀한 협진 성과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주하야, 작은 몸으로 긴 시간을 정말 잘 버텨줘서 엄마 아빠는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뿐이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괜찮아. 엄마 아빠에게는 지금처럼 건강하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행복이야. 세상에 나와줘서 고맙고,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23주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가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이날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태아가 산모의 자궁 안에서 성장하는 정상 임신 기간은 약 40주로, 임신 주수가 짧을수록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특히 24주 미만에 출생한 아이의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예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했던 주하의 엄마는 지난해 9월 예기치 못한 조기진통으로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수축억제제 치료를 받았으나 진통이 조절되지 않았다. 산모는 급히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 제왕절개를 통해 분만하였다. 환아는 재태연령 23주 1일,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 모든것이 너무 매우 작아 의료진은 극도로 주의하며 치료를 진행했다. 예정일보다 약 4개월(17주) 이르게 태어나 폐포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발호흡이 어려웠다. 이에 즉시 기관 내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았으며, 이후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옮겨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으며 여러 고비를 넘겼다.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이 호전된 이후에는 태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장폐색이 발생했고, 생후 12일째 개복수술을 시행했다.

또 망막 혈관 형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미숙아망막병증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장루 복원술 등을 포함해 총 네 차례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했다. 이 모든 치료 과정은 소아외과, 소아안과, 소아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다학제 협진을 통해 이루어졌다.

주하 엄마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출산 직후에 몸도 마음도 힘들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너무 작은 아기를 처음 보며 눈물만 흘리다 '엄마로서 내가 해 줄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며, 매일 유축한 모유를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맞춰 가져가 '주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되면 좋겠다'며 하루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정말 기적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여러 기계와 줄들 사이에 있는 주하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프고, 너무 작은 몸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하가 스스로 먹기 시작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가 정말 잘 버텨주고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도 부모에게는 큰 희망이 되는데, 주하가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순간이 소중한 기적같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가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3월 17일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왼쪽부터 김민수 교수, 조경아 신생아중환자실 UM 간호사, 주치의 김세연 교수, 주하 가족, 조성민 간호사, 김현호 진료전문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신 23주 중 조기 분만으로 출생체중 500g의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주하(여아)가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3월 17일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왼쪽부터 김민수 교수, 조경아 신생아중환자실 UM 간호사, 주치의 김세연 교수, 주하 가족, 조성민 간호사, 김현호 진료전문의.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힘든 시간을 지나 세상에 나온 아이인 만큼 앞으로 삶에서 예쁘게 자라며 크게 웃는 날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 '주하'는, 171일간의 집중 치료를 통해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 없이 3월 8일 3.851㎏의 몸무게로 퇴원하였다. 만삭(임신 37+0~41+6주)에 태어난 신생아의 평균 체중인 3.2~3.3㎏을 넘어 건강하게 성장한 것이다.

주하 엄마는 "NICU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젔고, 아기의 작은 변화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모든 아기들도 각자의 속도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입원한 아기들 옆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정말 잘하고 계신다'는 응원을 전했다. 또 "건강하게 퇴원했던 다른 이른둥이 이야기로 정보를 얻고 위로를 받았다"며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저희 주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고위험 산모를 주로 담당하며 20년 넘게 분만실을 지켜온 산모 주치의 고현선 산부인과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의 경우 분만 전부터 신생아집중치료팀과 함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권역 모자의료센터에서는 산과, 신생아과, 소아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긴밀하게 협력해 고위험 상황에서도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하의 주치의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김세연 교수는 "초극소 미숙아의 치료는 모든 장기의 기능이 미숙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호흡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손상되기 쉬운 장기들의 변화를 지속적이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처치를 시행하여 장기적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며 "이번 치료는 24시간 공백 없는 팀 기반 진료체계를 유지하며 헌신한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집중치료팀(윤영아·김세연·김현호·오문연·신정민·김민수 교수)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권역 모자의료센터'에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선정돼, 고위험 산모와 초극소 미숙아를 포함한 중증 신생아 치료를 전 주기에 걸쳐 책임지는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소아암, 고위험미숙아, 소아중환자, 희귀질환 진료 등 고난도 치료와 전인적 돌봄은 물론, 교육·정서·사회적 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 의료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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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줘서 고마워"…500g 초극소아, 네차례 수술끝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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