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美 연결 약하고 내부 지지 낮아"
MEK, 임시정부 수립 주도권 잡기 시도
CIA 전 요원 "정말 좋은 선택지가 없다"

【워싱턴=AP/뉴시스】지난 2019년 6월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앞에 모인 시위대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촉구하는 백악관으로의 행진을 앞두고 화면을 통해 이란 반정부단체 ‘무자헤딘 에 할크'(MEK) 지도자 마리암 라자비의 연설을 보고 있다. 2026.03.12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란 망명 세력들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에 구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영국 MI6의 지지를 받은 의사 출신 이야드 알라위가 이라크 임시 총리가 된 전례도 있어 이들 망명 세력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의 지지를 받는 '무자헤딘 에 할크(MEK)'의 지도자 마리암 라자비와 이스라엘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 등을 미국에 구애하는 대표적인 망명 세력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라자비와 팔레비 모두 정치적 자질과 대중적 지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앞서 이라크 후보들이 누렸던 트럼프 행정부 핵심부와 안보 기구와 유대 관계는 맺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 내부로부터 받아 들여질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도 전했다.
미국 정계 지지를 얻는데 가장 적극적인 망명 세력으로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MEK와 그 지도자인 라자비가 꼽힌다. MEK는 이란저항국가위원회(NCRI)를 앞세워 미국 정계와 유대 관계를 형성해 왔다. 마가 진영 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라자비는 지난달 28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직후 '임시 정부' 구성을 발표하며 주도권 잡기를 시도했다.
MEK는 1960년대 이슬람 마르크스주의 그룹으로 창설됐다. 친미 성향 팔레비 왕조와 맞서 싸웠고 1975년 미군 장교들을 기관총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1997년 미국 국무부로부터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협조하면서 기회를 얻었고 미국 정계 로비를 거쳐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테러 조직 명단에서 해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맷 게이츠 전 공화당 연방 하원 의원 등이 라자비의 대표적인 지지자로 꼽힌다.
줄리아니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직후 MEK가 현 정권을 대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전 국장도 이란의 민주적 반대파가 나설 준비가 됐다고 했다.
다만 MEK는 과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결탁한 '사이비 조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이란 내부에서는 인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파울러 CIA 이란 전담팀 부국장은 가디언에 "그들은 미국인을 죽였다. MEK라면 즉각 거부할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는 변했다'라고 설득하는 데 능숙할 뿐"이라고 말했다.
![[로마=AP/뉴시스] 지난 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란 연대 시위대가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의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6.03.12](https://img1.newsis.com/2026/03/04/NISI20260304_0001072877_web.jpg?rnd=20260304102332)
[로마=AP/뉴시스] 지난 3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란 연대 시위대가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의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6.03.12
팔레비 지지자들은 MEK와 대치하고 있다. 팔레비 지지자들은 그를 왕세자라고 부르면서 팔레비의 배경이 이란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이란 반정부 시위 영상에서는 시위대가 팔레비의 이름을 연호하거나 왕정 복고를 외치는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팔레비는 백악관과 유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팔레비는 지난 1월 폭스 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평화에 헌신하고 악의 세력과 싸우는 사람으로서 유산을 확립했다"며 "이란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따서 거리 이름을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아부했다.
팔레비는 최근 "마지막 전투를 치르기 위해 동포들 사이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망명 생활을 마치고 이란에 돌아갈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팔레비의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라비가 미국의 이란 통치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팔레비는 매우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내부의 누군가가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팔레비가 이스라엘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23년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전직 미국 관리들은 팔레비가 이란 내부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고 고도로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파울러 전 부국장은 "망명 인사들은 미국 관리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달콤한 말을 하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비나 라자비를 낙점한다 하더라도 이란 내부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파울러 전 부국장은 "정말로 좋은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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