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 "페르시아의 보석" 유적지 대거 파괴

기사등록 2026/03/12 08:20:20

최종수정 2026/03/12 09:24:24

핵시설 집중 이스파한, 미사일 기지 호람아바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여러 곳 유명 유적 피해

이란인들 "정권 공격한다더나 유적 파괴한다" 분노

[서울=뉴시스]페르시아 및 이슬람 건축의 보석으로 꼽히는 이란의 자메 모스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스크의 청록색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피해를 입었다. (출처=IRUN2IRAN.com) 2026.3.12.
[서울=뉴시스]페르시아 및 이슬람 건축의 보석으로 꼽히는 이란의 자메 모스크.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모스크의 청록색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피해를 입었다. (출처=IRUN2IRAN.com) 2026.3.1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고대 문화유적 여러 곳을 파괴하면서 이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은 “페르시아의 보석” “세계의 절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문화 유적지가 풍부한 도시다. 그러나 이란은 이곳에 핵시설과 미사일 제조 공장을 설치했다.

이란 문화유산부에 따르면 9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대표적 문화유산 여러 곳이 파괴됐다.

17세기 사파비 왕조 시대의 알리 카푸 궁전, 체헬 소툰 궁전과 정원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또 자메 모스크의 청록색 타일도 떨어졌다. 페르시아 서예로 뒤덮인 화려한 색채의 첨탑과 돔으로 유명한 이 모스크는 페르시아 및 이슬람 건축의 보석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1주일 전에도 골레스탄 궁전을 파괴했다. 14세기에 지어진 골레스탄 궁전은 카자르 왕조의 왕궁으로 유명한 거울의 방이 산산조각 났고 대칭을 이루던 정원은 잔해로 뒤덮였다.

산산이 부서진 유명 역사 유적지의 모습에 많은 이란인들을 분노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정부와 군을 상대로 벌인다고 주장하는 전쟁이라면서 왜 이란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적지를 파괴하는지를 붇고 있다.

저명한 이란 학자 모즈타바 나자피는 한 게시물에서 "고대 유적 파괴는 과거와 나를 이어주는 기억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썼다.

유네스코(UNESCO) 대변인은 골레스탄 궁전, 페르시아 정원의 체헬 소툰 정자, 이스파한의 자메 모스크, 호람아바드 계곡 선사 유적지 등 세계문화유산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지난주 성명에서 "문화재는 국제법에 따라 보호 받는다"면서 이란 분쟁의 모든 당사자에게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유적지와 국가적 상징물의 좌표를 알렸다고 밝혔다.

미 브랜다이스대 나흐메 소흐라비 중동사 교수는 "이 유적지들은 이념을 초월하는 역사적 기억을 담고 있다"며 "이란인들만이 아닌 세상의 우리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과 창조의 살아 숨쉬는 기념물"이라고 말했다.

페르시아 사산 왕조 시대(기원후 220년대~6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언덕 위 성채와 군 막사도 8일 공습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샤푸르 흐와스트 성채, 팔라크 올-아플라크(Falak ol-Aflak)로 알려진 이 성채는 이란의 미사일 기지가 있는 로레스탄 주 호람아바드에 있다.

이란 문화유산부는 이스라엘과 미국 전투기에 보호 대상임을 알리기 위해 국제 전시 규약에 따라 모든 문화유산 및 역사 유적지에 파란 깃발을 게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스라엘 군은 이 문화 유적지들을 직접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공습의 결과로 문화 유적지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스파한에서는 폭발 충격파가 낙셰 자한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1598년 사파비 제국 시대에 조성된 이 8만9570 평방m 규모의 이 광장은 중앙의 웅장한 녹색 정원과 미로 같은 바자르(시장), 그리고 페르시아 서예로 장식된 청록색 돔과 첨탑을 갖춘 우뚝 솟은 궁전들로 유명하다.

역사의 격변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던 유적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고 있다. 수백 년에 걸친 여러 군주의 시대, 침략, 쿠데타, 2차 세계대전, 이슬람 혁명, 이라크와의 8년 전쟁, 현 정부에 맞선 수차례의 봉기를 버텨낸 유적들이다.

이란인들은 분노, 슬픔, 두려움으로 반응하고 있다.

테헤란 거주 라일라(36)은 "정권을 상대로 한 전쟁이지 이란과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던 주장은 어디 갔나"며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유명 페르시아 식당 소프레의 오녀 겸 셰프 나심 알리카니는 이스파한 출신이다. 그는 "이스파한의 낙셰 자한 광장은 뛰어난 역사 유적을 넘어 모든 이란인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며 "수없이 많은 침략에서 살아남았지만 이 부당한 전쟁의 야만성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 유적들은 이란인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것이며, 그 파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분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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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 "페르시아의 보석" 유적지 대거 파괴

기사등록 2026/03/12 08:20:20 최초수정 2026/03/12 09: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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