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이대로라면 조만간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운동장이 너무 기울어져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지난 10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유선방송사업자(SO) 대표들의 하소연은 절박했다. 30년간 지역사회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케이블TV가 존립의 기로에 섰다. 전국구 IPTV에 안방을 내준 데 이어, 이제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국경 없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OTT가 미디어 소비의 주류가 되면서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수(3623만명)는 반기 만에 14만명이 증발했다. 시청 패턴도 변했다. 본방 사수는 옛말이 됐고 숏폼과 빈지 워칭(몰아보기)이 대세다. 시청 공간 역시 거실에서 침실, 지하철, 카페로 무한 확장됐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시대 변화로만 치부하기엔 제도적 규제가 지나치게 불공정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OTT는 규제 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을 벌이는 반면, 케이블TV는 30년 전 확정된 지역 권역 사업자라는 낡은 틀에 묶여 있다. 지역채널 운영과 재난·선거 방송 등 각종 공적 의무를 지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채널 편성, 요금 정책, 광고·영업 등 사업 전 영역에서 사업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케이블TV의 가입자당 월 평균 매출이 수년째 7000~8000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유튜브의 경우 요금이나 콘텐츠 규제가 사실상 없다. 유튜브가 2023년 프리미엄 구독료를 단번에 43%나 올리기도 했다.
공적 부담 형평성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내 SO들이 전체 영업이익(148억원)보다 많은 방송통신발전기금(239억원)을 납부하는 사이, 글로벌 OTT들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과 기금 부담에서 벗어나 있다.
OTT가 시장이 빠르게 잠식하는 사이 SO 전체 방송사업 매출(2024년 기준)은 10년 전과 비교해 약 32.5%,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가 급감했다.
급기야 업계는 정부에 "3개월 내에 정책연구반을 구성하고 실질적인 출구전략을 마련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한 SO 관계자는 "영세한 중계유선방송(RO)들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SO 전환이나 매각 기회를 열어줬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퇴로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정부는 영세한 RO들이 SO로 전환하거나 대형 사업자에 매각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준 바 있다.
물론 케이블TV의 위기가 전적으로 외부 탓만은 아니다. OTT 등장으로 인해 전통 미디어 산업이 위협을 받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독점적 권역 사업권에 안주해 변화하는 미디어 패러다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업계의 실책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케이블TV는 미디어 다양성과 풀뿌리 지역방송 취지에 따라 정부 주도로 조성된 산업 생태계다. 정부가 산업 붕괴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산업이 완전히 무너진 뒤에 치러야 할 사회적 수습 비용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업계 경고를 엄살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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