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오늘 시행…"초기 파장 제한적" vs "교섭 요구 늘듯"

기사등록 2026/03/10 05:00:00

개정 노동법 10일 시행…원청 사용자성·노동쟁의 범위 확대

민주노총 13만명대 교섭 요구 예고…4~5월께 교섭 시작 전망

전문가 전망 엇갈려…"하청 노조 수 많지 않아 영향 제한적"

'지침 추상적' 우려 여전…"향후 교섭 확대·노사 갈등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2026.02.2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2026.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원청과 하청 노동조합 간 직접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법 시행에 앞서 사용자성 판단 지침과 가이드라인 등을 내놓고 현장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초기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과 갈등 변수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9일 공포된 개정법이 6개월 만인 이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사용자성·노동쟁의 범위 확대…원·하청 직접 교섭 길 열려

개정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다.

우선 기존에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면 직접 교섭이 어려웠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원청인 대기업이 하청업체 근로조건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업체 노조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원청의 사용자성은 '구조적 통제'가 있을 때 인정된다. 예컨대 원청 사업자가 하청 소속 근로자의 근로시간이나 휴식시간, 특정 공정에 필요한 인력 수 등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산업안전분야에서는 원·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시설·장비 등 관리·개선이 하청 사용자 단독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을 넘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된다.

핵심은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지 여부다. 이에 따라 합병·분할·양도·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결정 그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부문에 대해 교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산업안전 분야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임금 등 다른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 노사 교섭 시 하나의 노조와만 교섭해야 한다는 원칙인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은 유지되지만,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각각 별도로 교섭하게 된다. 복수의 하청 노조가 있고 단일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노동위원회에 판단을 구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도 있다.

노동계, 일제히 원청 교섭 요구…민주노총, 14만명 교섭 '전면전'

[거제=뉴시스] 신정철 기자=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오는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단체교섭과 모든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 오후 5시부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선각삼거리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사진=독자제공).2026.02.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거제=뉴시스] 신정철 기자=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오는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단체교섭과 모든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 오후 5시부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선각삼거리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사진=독자제공).2026.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노동계는 법 시행에 맞춰 일제히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전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총 13만7400여명의 조합원이 원청에 교섭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산별·사업장별로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미 1월 원청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낸 금속노조 하청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건설산업연맹 등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법 시행에 맞춰 교섭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법 시행에 앞서 현장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원청 교섭 실행 7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로드맵은 ▲원청 영향력 조사 ▲교섭의제 설정 ▲사용자성 입증자료 확보 ▲원청 교섭 요구 ▲교섭구조 선택 ▲교섭 결렬 시 대응 ▲쟁의 및 압박 등이다.

또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노노갈등'이 발생할 경우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동일 원청·하청 노조 간 공동 대응을 통해 교섭대표기구를 구성해 공동 요구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교섭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의제별로 사용자성 인정을 위한 전략을 다르게 해 산업안전은 위험설비 개선, 보호장비 기준 통일, 작업속도 조정 등을, 임금·수당·복리후생 분야에서는 성과급 기준 통일, 복지시설 공동 이용, 임금 인상률 반영 등을 교섭 의제로 적극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교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창구 단일화와 사용자성 인정 판단이 전제되는 만큼, 노동계 안팎에서는 4월 말이나 5월께 첫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15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7월 초까지 교섭 착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 분쟁 지속 우려…"초기 파장 제한적" vs "추후 확대 가능성"

경영계는 법 시행을 지켜보면서도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법 시행을 이틀 앞둔 8일 성명을 내고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 시행 전임에도 하청 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인 실력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원청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하청 노조 숫자가 애초에 많지 않기 때문에 법 시행 초기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원청 교섭 요구 전면전을 선포한 민주노총 역시 교섭에 돌입할 인원이 전체 조합원의 13%가량이라는 자체 추산을 내놨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비정규직 조직률이 3% 정도이고 하청 노조도 조직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산술적으로 보면 노조 수 자체가 많지 않아 실제 교섭을 요구할 노동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기승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처음에는 제도와 절차가 익숙하지 않아 사례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제도가 알려지면 교섭 요구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지침이 다소 추상적이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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