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넘고 환율 1500원 근접…4년전 '물가 쇼크' 재현되나?

기사등록 2026/03/09 15:11:09

최종수정 2026/03/09 15:13:22

중동 불안 지속에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원·달러 환율 1490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러·우 전쟁 발발한 2022년 '물가쇼크' 재연 우려도

석유제품·먹거리·서비스·공산품 연쇄 상승 가능성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 8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하고 있다. 2026.03.08.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 8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하고 있다. 2026.03.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1500달러에 근접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고 고유가·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과 유사한 '물가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제 원유시장에 따르면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가격은 모두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7.61% 오른 116.0 달러까지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25.06% 오른 배럴당 115.9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 경제와 가장 연관성이 큰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이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70% 가량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6원 오른 1493원에 거래를 시작해 이날 오전 10시22분 기준 1498.6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12일(장중 1500원)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르무즈=AP/뉴시스]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2026.03.05.
[호르무즈=AP/뉴시스]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2026.03.05.

국제유가와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중동 사태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할 조짐이 나타나자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저장시설의 한계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남부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70% 급감해 하루 130만 배럴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중동 불안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원유 수급 불안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과 같은 급격한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했고, 그해 연초 배럴당 88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115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물가도 시차를 두고 치솟았다. 연초 3%대 중반이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월 6%대로 뛰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3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교통비, 공공요금 등 서비스 가격과 식품·공산품 등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6월 당시 품목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석유류(39.6%) 가격이 급등했을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4.8%), 가공식품(7.9%), 외식(10.4%) 등 먹거리 가격도 함께 뛰었다. 또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국제항공료(21.4%) 등도 수직상승했다.

그 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2.5%)보다 2배 이상 오른 5.1%를 기록했고, 물가상승률이 다시 2% 대로 떨어지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4.09.0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4.09.03. [email protected]

올해 중동 사태는 러·우 전쟁보다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지역은 유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과 같이 중동 지역에서 많은 원유를 조달하는 국가가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환율마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최근 시중 석유제품 판매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0.7원으로 전날보다 5.3원 올랐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중동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으로 국한될 수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우리 경제의 경로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2022년처럼 하이퍼인플레이션 같은 것들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주유비만 오르는게 아니라 식료품, 교통비, 의류 등 전반적인 물가가 오를 수 있다"며 "국제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3개월 정도 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흔들 조짐을 보이자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혈맥인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향후 전개 양상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되겠다"며 ▲대체 공급선 발굴 ▲주유소 담합 적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도입 등을 지시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0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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