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과 음악"…최효진 CP가 '쇼미더머니' 14년 유산을 증명하는 법

기사등록 2026/03/05 08:02:28

엠넷 '쇼미더머니' 12 반환점…최효진 CP 인터뷰

스핀오프 '야차의 세계'도 큰 호응

"래퍼들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죠"

[서울=뉴시스] 최효진 CP.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효진 CP.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 장르의 역사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살아남는 것을 넘어 대중의 감각을 재편하는 과정과 같다. 2012년 첫발을 뗐던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힙합 서비이벌 '쇼미더머니'는 지난 14년간 한국 힙합의 최전선이자 가장 가혹한 기록관이었다. 누군가는 시즌 11의 부진에 대해 갑론을박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이 '화제성'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덜어내고 힙합을 더 담담하게 응시하기 시작한 변곡점에 가까웠다.

시즌 11이 래퍼 이영지라는 상징적 우승자를 통해 '첫 여성 래퍼 우승'이라는 문법의 파괴를 보여줬다면, 3년의 제작 공백 끝에 다시 돌아온 '쇼미더머니 12'는 한층 더 복잡해진 욕망과 서사를 들고 나타났다. 제작진은 익숙함이 주는 안온함 대신 스핀오프 '야차의 세계'라는 무규칙의 지옥 설계까지 더함으로써, 오디션이라는 견고한 틀 안에 갇혔던 래퍼들의 인간적 면모를 다시 길어 올렸다.

이번 시즌은 단순한 경쟁의 나열이 아니다. 지코·크러쉬의 '어벤져스', 그레이·로꼬의 '유일한 혼성팀', 제이통·허키 시바세키의 '운명적 결합', 그리고 릴 모쉬핏·박재범의 '힙합적 모범'까지. 4팀의 프로듀서가 이끄는 팀원들 라인업은 2026년 현재 힙합이 지향하는 다층적인 색깔을 그대로 투영한다. 특히 '송 캠프'와 '글로벌 예선'을 통해 보여준 시도들은, 힙합이 더 이상 고립된 장르가 아닌 K팝과 밴드 사운드 등과 유연하게 결합 중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쇼미'는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잔혹극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를 구축해 온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적 확신을 증명하는 발판형 프로그램으로 완전히 진화했다. 음원 미션이라는 본격적인 2막을 앞두고, 시즌4(2015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최효진 CP와 4일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최 CP와 기자들이 주고 받은 문답.

-이번 시즌 반응이 좋았는데 내부적으로는 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아직 중간이라 명확한 시점은 아니지만, 초반부는 많은 래퍼들을 추리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프로듀서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음악과 무대를 보여주는 구성입니다. 이런 쇼미의 2막을 앞두고 기자님들을 뵙고자 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방영은 4년 만, 제작은 3년 만에 하는 거라 사실 기획하면서 가장 힘들고 무서웠던 시즌이었습니다. 워낙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시청자들이 구성을 너무 잘 알고 익숙하시잖아요. 매년 할 때는 오히려 개선점을 찾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려에 비해서는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훌륭한 프로듀서분들이 각자 팀 색깔을 잘 살린 음악을 만들고 계셔서 이번 주 음원 미션 이후의 무대들이 저 역시 많이 기대됩니다."

-가장 섭외하기 힘들었던 프로듀서는 누구였나요?

"힘들었다기보다는 지코 프로듀서와 가장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네 팀의 컬러와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했는데, 지코 님과는 초반에 통화를 엄청 많이 하며 이번 시즌이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힙합을 좋아하는지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박재범 님이나 릴모쉬핏 님 등은 사석에서도 자주 뵙고 콘텐츠를 같이 해서 지향점을 빨리 맞췄고, 방송 경험이 적은 허키 시바세키 님이나 제이통 님과는 방송의 의미에 대해 깊은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레이, 로꼬 님은 예전부터 힙합 콘텐츠를 많이 해와서 컬러 논의를 위주로 했습니다. 크러쉬 님은 힙합에 뿌리를 두셨지만 대중들에게는 OST 등 소프트한 이미지로 알려져 고민이 많으셨는데, 예전 랩 하던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 설득했습니다."

-연출하신 힙합 프로그램 중 티빙 '랩:퍼블릭(RAP:PUBLIC)'을 제일 재미있게 봤는데, 그 연출 경험이 이번 쇼미 시즌에 영향을 미쳤나요?

"네, 영향을 받았습니다. 쇼미더머니는 쇼미 4부터 실질적으로 참여했는데, 오디션 특성상 실력이 부각되다 보니 래퍼들의 복잡다단한 인간적 매력을 다 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래퍼들을 보여주고 싶어 기획한 게 '랩:퍼블릭'이었습니다. '랩:퍼블릭'을 경험하면서 이번 쇼미의 '야차의 세계' 같은 히든 리그를 도입하는 데 두려움을 덜 수 있었고, 래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지에 대한 모험적인 시도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랩:퍼블릭2'가 아닌 쇼미더머니 새 시즌으로 돌아오게 된 내부 논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서울=뉴시스] '쇼미더머니 12' 프로듀서들.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쇼미더머니 12' 프로듀서들.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휴지기 동안 '랩:퍼블릭'을 티빙과 엠넷을 통해 선보였고, 화제성이나 래퍼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데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내외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와 래퍼들에 대한 긍정적인 새로운 시각이 형성됐고, 이것이 쇼미더머니 제작에 긍정적인 의견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랩:퍼블릭'을 통해 쇼미더머니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채널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때, '랩:퍼블릭'보다 쇼미더머니를 우선해서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해외 래퍼들이 많이 참가해 다양한 언어가 나왔는데, 조율은 어떻게 하셨나요?

"힙합은 랩 기술뿐만 아니라 가사의 메시지 전달이 중요해서 언어 장벽을 넘어 한국 시청자들에게 이해될 수 있을지 내부 논의를 엄청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등 해외 팬덤의 흐름과 장기적인 비전을 고려해 글로벌 예선을 열었습니다. 프로듀서들도 처음엔 '어떻게 심사하냐, 자막 꼭 넣어달라'며 걱정했지만, 막상 해보니 무대 매너나 표현법 등 음악이 가진 힘이 언어 장벽을 뛰어넘게 해 줬습니다."

-시즌 11의 아쉬웠던 평가를 이번에 어떻게 보완하려 하셨나요?

"오랜 시간 쇼미를 하며 흥행할 때도, 쓴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휴지기 동안 대중문화 트렌드가 크게 변했기에, 너무 익숙한 쇼미 포맷 중 어디까지 바꾸고 지켜야 할지 고민이 깊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몇 년 사이 힙합 신과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변하고 성장했는지를 쇼미 안에서 잘 드러내는 것에 집중해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야차의 세계'를 기획하신 건가요?

"근본적으로는 방대한 심사 과정을 축약하다 보니 제작진이 참가자들의 당락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미흡함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야차의 세계'는 오디션의 강한 틀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래퍼들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자 기획했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나 컨디션 난조로 그들의 음악이 폄하되지 않고, 여러 측면에서 응원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철저히 극비리로 진행했습니다."

-'야차의 세계' 참가자들이 옷을 계속 똑같이 입고 있는데, 연속성을 주기 위한 설정인가요? 다음 시즌에도 함께하나요?

"요일이나 시간의 흐름이 잘 느껴지지 않는, 지옥문 끝의 마지막 기회라는 세계관을 표현하고 싶어서 의상을 통일했습니다. 하루 만에 찍은 건 아니지만 단기간에 촬영했고, 나중에 멋지게 꾸미고 합류한 참가자들을 보며 먼저 옷을 입고 있던 분들이 '이럴 줄 알았으면 잘 입고 올걸' 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시즌 도입 여부는 시기상조지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이미 비밀이 다 풀린 상태라 다시 하게 된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야차의 세계'를 무규칙으로 택하신 이유와 영감을 받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서울=뉴시스] 최효진 CP.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효진 CP.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랩:퍼블릭'의 경험도 작용했습니다. 규칙이 없기에 제작진도 예측이 안 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만약의 변수에 대비해 여러 히든 룰을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지옥문 앞이라는 설정에 맞게 래퍼들이 사활을 걸기엔 무규칙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 전 참가자 한 분 한 분을 만나 '디렉션을 주진 않겠지만 어떤 상황이 올지 염두에 두고 고민해 보라'고만 안내했습니다."

-'쇼미'에서 새롭게 할 것과 지킬 것에 대한 고민 중, '이것만은 계속 지켜야겠다'고 강조한 부분은요?

"불구덩이 심사나 디스 배틀처럼 '이때쯤 이게 나와줘야지' 하는 상징적인 전통의 틀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야차의 세계'나 지역/글로벌 예선으로 참가자 풀을 넓히고, '송 캠프'를 통해 셀프 프로듀싱 역량을 보여줘 참가자들이 오디션에 수동적이지 않게 임할 수 있도록 변주를 줬습니다."

-쇼미더머니가 가지는 힙합 프로그램으로서의 무게감이나 상징성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 힙합이라는 장르로 가장 오래된 헤리티지(유산)라고 생각합니다. 그 무게감 때문에 시즌을 거듭할수록 어렵기도 하지만, 힙합 아티스트들 특유의 개성, 가사를 직접 쓰는 유니크함, 때론 악동 같지만 음악에 진심인 모습들이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끊임없이 등장하게 해 줬습니다. 이것이 프로그램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한 큰 힘입니다."

-현재 한국 힙합 문화를 정착시키고 기록하는 위치에 계신데, 책임감을 느끼시나요?

"힙합 신에 직접 뛰어든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오래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영향을 주고 있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 2026년 힙합 신은 그 어느 때보다 가사나 플레이어 측면에서 다채롭고, 다른 장르(K팝, 밴드 등)와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쇼미더머니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에게도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훌륭한 교두보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PD님이 생각하시는 역대급 시즌은 몇인가요?

"하나만 꼽기 정말 어렵습니다. 음원 성적이 가장 좋았던 시즌 10, 사회적 파급력이 컸던 시즌 5,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해 다채로웠던 트리플 세븐(7), 부진을 씻고 저력을 보여준 시즌 9, 그리고 대중적으로 폭발적으로 알린 시즌 3까지 각자의 매력이 뚜렷합니다."

-내년 15주년에 역대 우승자 등을 모아 왕중왕전을 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서울=뉴시스] 최효진 CP. (사진 = 엠넷 제공) 2026.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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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는 아이디어이고 간혹 듣는 의견이기도 합니다. 참가자분들의 개인적 이슈나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쇼미를 거쳐간 분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음악적 결이 달라졌는지 보여줄 수 있어 한 번쯤 해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출연자 리스크(사건/사고)에 대한 제작진의 대처와 책임 의식이 있다면요.

"항상 꼼꼼하게 인터뷰하고 여러 단계를 거치며 검증하려 하지만, 사전 제작이다 보니 제작진이 다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저희의 최우선 목표는 한 사람의 이슈 때문에 진심을 다해 전력투구하는 다른 프로듀서들과 참가자들의 노고가 훼손되거나 피해 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야차의 세계' 방송 후 밉상으로 비친 참가자와 이후에 소통한 적이 있는지요.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요.

"작가님들이 꾸준히 소통 중인데, 참가자 본인들도 '제가 그런 표정을 지었나요?'하며 놀라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분들 매력의 일면이고, 다른 미션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관전 포인트 두 가지는 첫째, 잠도 안 자고 편곡을 수도 없이 뒤엎으며 전력투구하는 프로듀서들의 '음악적 진심과 무대 퀄리티'입니다. 둘째, 확고한 컬러를 가진 네 팀이 음악을 만들며 쌓아 올린 끈끈한 유대감과 '케미스트리'입니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적으로 고민한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초반에는 탈락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후반부는 개인의 이야기와 음악에 대한 진심에 집중합니다. 프로듀서와 참가자들이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만나고 소통하는 그 엄청난 노력과 시간들을 대중에게 최대한 전달하려고 인터뷰와 비하인드 촬영을 대폭 늘렸습니다."

-MC인 김진표 씨의 무대도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섭외 전에 먼저 뵈었는데, 이번엔 그만하시라는 말일까 봐 미묘한 표정으로 나오셨다가 같이 하자는 제안에 엄청 기뻐하셔서 저도 뭉클했습니다. 한국 최초 솔로 랩 앨범을 내신 분이라 '이번에 무대 한 번 하시죠'라고 졸랐는데, '욕먹는다'며 거절하시더라고요. '패닉' 콘서트도 오랜만에 하신다고 좋아하셨는데, 여러분을 위해 계속 설득해 보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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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사람과 음악"…최효진 CP가 '쇼미더머니' 14년 유산을 증명하는 법

기사등록 2026/03/05 08:02:2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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