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돼도 안 낳아"…싱가포르 출산율 0.87명 '국가 소멸' 공포

기사등록 2026/03/04 10:32:34

최종수정 2026/03/04 12:24:24

돈 쏟아붓는 정부 vs "미래 리스크 너무 커" 청년들…인종별 격차도 심각

[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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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준호 인턴 기자 =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이 0.8명대까지 추락하며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가운데, 파격적인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현지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제 허브인 싱가포르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한 인구 절벽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금성 보너스, 보육 보조금 지급, 부모 휴가 확대 등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지 청년들은 경제적 혜택보다 '삶의 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가 조이 라우(34)는 "백만장자가 되어 온종일 가족에게 전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기후 변화와 소셜 미디어로 인한 정신 건강 압박 등 현대 사회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을 이유로 꼽으며, "단순히 내 삶의 보람이나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아이를 낳는 것은 그 아이가 감당해야 할 삶의 비용에 비해 너무 높은 대가"라고 설명했다.

인종별 출산율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국계 여성의 출산율은 0.71명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으며, 이는 말레이계(1.53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도계는 0.92명을 기록했다. 간킴용 싱가포르 부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출산율 감소를 '실존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인종별 인구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이민 정책을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특유의 '집중 양육' 문화가 저출산을 부추기는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교육과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 드는 정서적·경제적 비용이 정부 보조금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진 영 에이스타(A*STAR) 소장은 "가장 큰 비용은 경력 단절이나 임금 성장 정체 같은 기회비용"이라며 "직장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현금 지원만으로 라이프스타일의 스트레스를 상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부족한 인구를 이민으로 채우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만5000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매년 최대 3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매튜 매슈스 사회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민이 구조적 필연이 된 상황에서, 이주민들이 현지 규범을 공유하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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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돼도 안 낳아"…싱가포르 출산율 0.87명 '국가 소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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