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길들이기" vs "성역은 없다"…법왜곡죄·재판소원 입법 공방

기사등록 2026/02/24 06:00:00

최종수정 2026/02/24 06:03:27

법왜곡죄…"판검사 견제 장치" vs "방어적 결정 유도"

대법관 증원…"심리 빨라져" vs "모순된 판례 나올 것"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2021년 4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6.02.2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 2021년 4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6.0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김정현 기자 = 법을 왜곡해 적용했다는 이유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막대한 재량권을 가진 판·검사에게도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정치적 협박 수단으로 남용돼 법치주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대립하고 있다.

24일 정치권·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 신설을 포함해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 3법을 우선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강행 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법조계에서는 치열한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 판·검사의 자의적인 법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기소나 판결에 대해 책임을 묻는 장치가 마련돼야 오히려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검찰 고위급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판·검사들에 대한 견제 장치도 없는 구조는 그들만의 성역을 만들 수 있다"며 "법 왜곡죄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 및 검찰권 행사에 있어 인권 보장과 신중한 판단을 유도하는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 왜곡죄 남용으로 판·검사가 수사대상에 오르더라도 기소 및 재판 과정에서 권한 남용 여부는 걸러질 수 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한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통제한다는 차원에서는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수사나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를 법 왜곡으로 몰아붙여 수사기관과 법원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판결의 위축을 불러와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검사는 "법 왜곡죄는 오히려 판사나 검사의 법적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왜곡하는 법안"이라며 "판사나 검사가 소신 있게 법을 해석하기보다, 나중에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방어적인 판단만 내리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재판에 대해서 불이익, 불리한 판정을 받은 사람이 법 왜곡죄를 남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상급 법원에서 판단을 뒤집으면 하급심 판사들은 다 법 왜곡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고, 그럴 가능성을 막기 위해 심리와 판결은 더 느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재판소원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풀 기회가 한 번 더 생기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과 확정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는 현 상황에서 재판소원까지 더해지면 신속한 재판을 위한 기존의 제도적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충돌한다.

일각에서는 법 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법 왜곡'의 개념 및 기준과 '재판소원 제기' 요건을 엄격하게 설정하거나, 특검처럼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발동돼야 법의 취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법관 증원 문제도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면서 업무 과중을 이유로 충실한 심리를 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대법관이 늘어나고 여러 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판결을 내리다 보면, 판례 간 모순이나 저촉이 발생해 국민들의 사법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대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제2의 고등법원처럼 되는 것이고 중요한 사건을 심도 있게 토론해서 판결을 내는 대법원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라며 "상고심이 빨라지더라도 여러 소부에서 나눠서 판단하면 더 모순되고 서로 저촉되는 판례가 많이 나와 법원 신뢰가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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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길들이기" vs "성역은 없다"…법왜곡죄·재판소원 입법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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