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비 0원, 태양광 무제한"…넘어야 할 산도 [우주데이터센터②]

기사등록 2026/02/15 08:00:00

최종수정 2026/02/15 08:38:25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 급증…전력·냉각 부담 속 우주데이터센터 대안 부상

24시간 태양광 활용과 복사 냉각 구조…지상 대비 전력 효율 개선 기대

방사선·극한 온도 등 기술적 난제도…막대한 발사 비용, 상용화 관건

스타십 발사 단가 인하 공세…해외 수송 의존 시 보안·데이터 주권 우려

[서울=뉴시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주항공청과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주희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주항공청과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주희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전력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챗GPT에 질문 한 번을 입력할 때마다 약 0.24Wh의 전력이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사용자가 하루 수십억 건의 질의를 쏟아내면 그 연산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는 국가 단위 전력을 소비하는 수준에 이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약 460TWh 수준이었던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30년 1000TWh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 세계 일반 가정 전력 사용량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지상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발열을 처리하기 위해 전체 운영 전력의 40% 안팎을 냉각에 쏟아 부어야 할 정도다.

전력 수요와 냉각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물리적 조건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태양광을 직접 활용하고 복사 방식으로 열을 방출할 수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전력·냉각 한계 돌파구…우주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인프라 대비 갖는 가장 큰 강점은 전력 생산과 열 관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서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공랭식이나 수랭식 장비를 24시간 가동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과 냉각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우주는 극저온 환경을 갖추고 있다.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라 대류를 통한 냉각은 불가능하지만 대신 대형 라디에이터를 통해 복사 냉각으로 폐열을 내보내면 지상에서 소요되는 냉각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냉각을 위해 별도의 수자원이나 대형 공조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에너지 확보 면에서도 우주 환경은 유리하다. 여명-황혼 궤도를 활용하면 지상 대비 높은 가동률로 태양광을 확보할 수 있다. 대기와 기상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아 동일 면적 기준 발전 잠재력도 높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는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 효율이 지상 대비 5배 높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40% 수준을 냉각에 사용하는데 우주에서는 복사 냉각이 가능해 냉각 전력이 사실상 필요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지상에서 1GW가 필요하다면 우주에서는 0.5GW 수준의 전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동전의 양면 같은 냉각 해법…방사선도 리스크

하지만 우주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냉각에 드는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모든 폐열을 방열판의 복사 방식으로 배출해야 한다. 서버가 늘어날수록 방열판과 태양광 패널도 함께 커져야 하고 그만큼 발사 무게가 늘고 구조 설계가 복잡해지는 부담이 따른다. 냉각 비용의 절감과 방열 장치의 대형화는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더 큰 변수는 지구 자기장의 보호를 벗어난 우주 방사선이다. 고에너지 입자는 반도체 내부 전하를 교란해 메모리 값을 0에서 1로, 1에서 0으로 뒤집는 '비트 플립'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 즉각 감지되지 않을 경우 AI 추론 결과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

우주 환경 특유의 극단적 온도 변화도 신뢰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진공 상태에서 태양을 직접 받는 면은 고온으로 치솟고 반대쪽은 급격히 냉각되는 환경이 반복된다. 업계에서는 상용 부품이 지상에서 정상 작동하더라도 우주에서는 보드 손상이나 칩 고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우주 데이터센터는 전력·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는 동시에 방사선과 극한 열 환경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리스크를 안은 인프라로 평가된다.

'발사 단가' 경제성의 벽…데이터 주권 변수까지

무엇보다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용화되기 위한 가장 큰 관문은 경제성이다. 대규모 서버와 전력·방열 설비를 궤도에 올려야 하는 만큼 발사 단가가 사업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스페이스X의 팰컨9 기준 저궤도 발사 단가는 1kg당 약 30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비용 구조로는 대규모 서버 설비를 궤도에 올릴 경우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해 상업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대비 경쟁력을 갖추려면 1kg당 200달러 수준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이보다 공격적인 1kg당 100달러를 기준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글 기준으로도 현재 발사 단가의 최소 15분의 1 수준까지 비용이 떨어져야 경제성이 열리는 셈이다.

이 비용 장벽을 낮출 대안으로 주목받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은 완전 재사용을 통해 발사 단가를 1kg당 100달러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는 국가와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처리하는 전략 인프라다. 단순히 발사 단가가 낮아진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발사와 궤도 운용을 특정 외국 기업에 의존할 경우 물리적 접근 통제와 시스템 운영 권한이 완전히 자국 통제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분쟁 상황 발생 시 데이터 접근권과 운용 주도권이 외부 변수에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설비를 넘어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는 만큼 비용 절감 논리와 별개로 보안 체계와 주권 확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순영 우주항공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은 "우주 데이터센터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체 비용 구조가 핵심"이라면서도 "수송 체계가 특정 기업에 의존할 경우 발사 일정과 가격은 물론 데이터 보안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독자적인 수송 수단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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