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댓글부대까지 동원…엡스타인, 전방위 '디지털 세탁' 시도했다

기사등록 2026/02/11 15:30:11

[워싱턴=뉴시스]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현지 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자택에서 나온 사진 십여장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영국 앤드류 왕자 등의 사진이 포함됐다. (사진=미 하원 감독위 민주당). 2025.12.13.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뉴시스]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현지 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자택에서 나온 사진 십여장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영국 앤드류 왕자 등의 사진이 포함됐다. (사진=미 하원 감독위 민주당). 2025.12.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성년자 성범죄로 악명을 떨친 제프리 엡스타인이 자신의 범죄 기록을 은폐하기 위해 구글 검색 결과와 위키피디아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엡스타인은 막대한 자금과 인맥을 동원해 온라인상의 '디지털 흔적'을 지우는 이른바 '평판 관리'에 집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IT매체인 더버지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공개된 이메일에서 측근들에게 "내 구글 페이지를 깨끗하게 청소해달라", "위키피디아의 범죄 기록을 삭제할 방법이 없느냐"고 수시로 독촉했다. 이를 위해 그는 '브로커' 격인 알 세켈을 중심으로 검색엔진 최적화(SEO) 전문가, 해커, 그리고 심지어 필리핀의 댓글 부대까지 고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작 방식은 입체적이었다. 엡스타인 측은 검색 결과 첫 페이지를 도배한 70여 개의 부정적 기사를 밀어내기 위해, 그가 과학계나 자선 단체에 기여했다는 내용의 가짜 웹사이트들을 무더기로 개설했다. 또한, 2만 5000 달러를 들여 필리핀 전문 팀을 고용, 호의적인 링크를 인터넷 곳곳에 유포했으며 해커들에게는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뒷조작을 시도했다.

특히 엡스타인은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역이용하기 위해 학계 인맥까지 활용했다. 하버드와 UCLA 등 미 유명 대학 소속 과학자들에게 접근해 엡스타인의 홍보용 웹사이트를 대학 공식 홈페이지에 링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는 신뢰도가 높은 교육 기관의 링크를 통해 검색 순위를 상단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었다.

기존 평판 관리 업체들이 그의 범죄 이력을 이유로 대행을 거절하기도 했으나, 엡스타인은 이름이 같은 다른 인물의 긍정적 정보를 노출시켜 자신에 대한 검색 결과를 흐리는 기만술까지 동원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성범죄자로 등록된 이후에도 이러한 '세탁 작업'에 수십만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버지는 엡스타인의 사례는 자본과 기술이 결합했을 때 진실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성범죄라는 지울 수 없는 얼룩을 지우기 위해 과학과 기술을 '방패'로 삼았던 그의 행태가 드러나면서, 온라인 정보의 신뢰성과 검색 알고리즘의 맹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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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댓글부대까지 동원…엡스타인, 전방위 '디지털 세탁' 시도했다

기사등록 2026/02/11 15:30:1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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