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소원, 개헌 없이는 불가능"…헌재 향해 "본질 호도"

기사등록 2026/02/11 08:32:15

최종수정 2026/02/11 08:40:24

법원행정처, 민주 '재판소원법' 반대 의견서 제출

"재판 종결만 늦어지고 비용은 과다…희망 고문"

법사위, 내일 오전 법안소위 상정…오후 전체회의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2026.02.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2026.0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헌법 개정 없이 입법으로 도입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당은 1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11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 법원행정처는 전날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의 36쪽 검토 의견서를 제출했다.

개정안은 대법 상고심 등을 통해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기본권을 침해했을 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대법은 의견서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 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구성한다'고 적시한 같은 조 2항을 들어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은 "해당 규정은 재판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끝으로 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며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장의 근거로서 헌재 결정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2월 전원재판부 결정을 통해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고,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헌법규정상 지극히 당연한 확인적 규정'이라고 판시했다는 지적이다.

정책적 관점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담았다.

대법은 "재판소원은 실질적으로나 규범적으로나 제4심제의 도입"이라며 "재판의 지속과 반복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이어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은 승소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의미하고 사회 전체의 견지에서도 분쟁의 장기화로 법률 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부정적인 효과를 수반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는 앞서 지난해 말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점을 거론했다.

대법은 해외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 연방최고법원에 대한 재판소원 인용률이 평균 0%에 불과하다며 "거의 모든 사건에서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어지고 소용은 없는 고비용, 저효율 제도"라는 주장도 내놨다.

나아가 "재판소원에 대한 헌재의 심판은 결국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 등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의 사건만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그 혜택은 권력자 또는 높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경제적 능력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고 대부분의 사건은 사전심사 단계에서 무의미하고 허탈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은) 소송비용만 과다하게 지출케 하는 희망고문"이라고 부연했다.

법적 불안정성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대법은 "확정판결이 향후 재판소원에 의해 취소되거나 가처분으로 인해 유동적 상태가 된다면, 확정판결을 신뢰하여 형성된 법률관계나 집행 결과를 소급적으로 부정하게 된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또 "패소 당사자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분쟁을 법률에 따른 재판 절차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정신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고발의 건에 대해 찬성 거수 투표를 하고 있다. 2026.02.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고발의 건에 대해 찬성 거수 투표를 하고 있다. 2026.02.04. [email protected]
대법은 재판소원 도입에 적극 찬성해 온 헌재를 향해서도 '본질을 호도한다'는 표현을 쓰며 날을 세웠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참고자료를 내 '4심제'라는 표현이 왜곡이라고 반박하며 "확정 재판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구제 절차"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법은 "그 본질과 실체를 호도하는 것"이라며 "재판소원은 대법의 재판과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제4심"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의 재판도 법률심이 아니라 '헌법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헌재가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결국 '법률심'의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민·형사소송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헌법, 법률, 명령, 규칙 위반은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 가장 중요한 상고이유로 규정돼 있고, 명령이나 규칙의 위헌심사권은 대법이 행사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헌재가 재판소원에 자원을 투입해 헌재의 재판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행이 과거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1년에 4만건 이상 처리하는 데 30%(1만2천건)가 (불복해) 헌재로 오면 감당할 수 없다"고 한 말도 인용했다.

대법원은 또 독일에서 재판소원 인용률이 1% 초반대에 머물며 감소 추세에 있다며 "재판소원이 결국 남소(濫訴)로 흘러 헌법소원 심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전 11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재판소원 허용을 담은 헌재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30분에는 전체회의를 열기로 한 만큼 바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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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재판소원, 개헌 없이는 불가능"…헌재 향해 "본질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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