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RX’라는 거대한 체스판…약값 인하 이면에 숨겨진 '금융 패권'의 논리[이슈 분석]

기사등록 2026/02/10 09:17:05

최종수정 2026/02/10 09:18:18

단순 약값 인하 넘어선 제약 산업의 ‘금융 구조 재편’과 패권 전쟁

불투명한 중개 마진 해체하고 백악관 주도의 글로벌 협상권 장악 노려

공급망 정치화 속 K-바이오 위기와 기회 공존…새로운 투자 문법 요구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을 종료하는 대규모 패키지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2.04.-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을 종료하는 대규모 패키지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02.04.-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직접 런칭한 의약품 플랫폼 ‘트럼프 RX’를 두고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다. 표면적으로는 서민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민생 정책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약 산업의 돈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려는 고도의 금융·정치적 전략이 깔려 있다.

단순히 '싼 약'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 자본을 미국 중심의 새로운 규칙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제약 산업 금융 전쟁'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RX의 본질은 판매 플랫폼이 아닌 ‘협상 플랫폼’에 가깝다. 정부가 직접 의약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제약사들이 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와 가격 경쟁을 하도록 강제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시장 접근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한다. 플랫폼에 참여하여 가격을 낮추는 기업에는 시장 지위를 보장하지만, 거부하는 기업에는 관세 폭탄이나 행정 규제라는 불이익을 예고하며 제약사들의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이는 가격 통제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상 주도권을 백악관이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정책이 제약업계에 가하는 가장 큰 충격은 미국 의약품 유통의 숨은 실세인 ‘PBM(약가 중개기관)’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PBM은 제약사와 보험사 사이에서 불투명한 리베이트 구조를 형성하며 막대한 수익을 취해왔다. 트럼프 RX는 소비자에게 직접 가격을 노출하고 비교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중간 마진 구조를 해체하려 한다. 여기에 ‘최혜국 약가(MFN)’ 논리까지 결합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장이었던 미국에서의 이익 보전 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정치화로 이어진다. 미국 내 약가가 억제되면 제약사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의 약가를 올리는 '풍선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어디서 약을 생산하느냐를 외교적 지렛대로 삼고 있다. 이는 비용 효율성만을 따지던 제약 산업의 공급망이 이제는 철저히 국가 정책과 연동되는 '안보 자산'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서울=뉴시스] 트럼프RX(TrumpRX) 홈페이지 (사진=트럼프RX 캡쳐) 2026.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트럼프RX(TrumpRX) 홈페이지 (사진=트럼프RX 캡쳐) 2026.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역시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완제의약품 수출 기업에는 가격 압박이라는 위기가 닥치겠지만, 역설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위탁생산(CDMO) 기지이자 고품질 바이오시밀러의 공급처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RX는 누군가에게는 몰락의 신호탄이, 누군가에게는 도약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RX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수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제약 산업의 오래된 규칙을 파괴하고 미국 주도의 새로운 금융 질서를 세우려는 시도다. 정권의 향방과 관계없이 ‘미국 중심의 주도권 확보’라는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와 산업계는 이제 약값이라는 지표를 넘어 그 아래 흐르는 거대한 자본의 재배치 과정을 예밀하게 관찰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뉴시스] 트럼프RX(TrumpRX) 홈페이지 (사진=트럼프RX 캡쳐) 2026.02.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트럼프RX(TrumpRX) 홈페이지 (사진=트럼프RX 캡쳐) 2026.02.0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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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RX’라는 거대한 체스판…약값 인하 이면에 숨겨진 '금융 패권'의 논리[이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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