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시 감튀 번개?"…2030 사로잡은 '감자튀김 모임' 직접 가봤습니다[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02/11 05:11:00

최종수정 2026/02/11 07:55:44

[서울=뉴시스] 기자가 직접 참여한 감튀 모임. (사진=김건민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기자가 직접 참여한 감튀 모임. (사진=김건민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건민 인턴 기자 = "오늘 저녁 7시 감튀 번개, 모일 사람?"

중고거래·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이른바 '감자튀김(감튀) 모임'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감자튀김을 산처럼 쌓아두고 나눠 먹는 독특한 만남 방식이 새로운 소모임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9일 지역 기반 커뮤니티 '당근'의 동네생활 모임 게시판에는 지역별로 수십 개에 달하는 감튀 모임방이 개설돼 있었다. 통상 'OO동 감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모임방들은 "감자튀김 쌓아두고 같이 먹을 분 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소개 글과 함께, '입장하기'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기준 참여 인원이 1300명에 육박하는 모임방을 비롯해 900명, 500명 등 수백 명이 가입한 방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당근 동네생활 모임 게시판에는 지역별로 수십 개에 달하는 감튀 모임방이 개설돼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당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당근 동네생활 모임 게시판에는 지역별로 수십 개에 달하는 감튀 모임방이 개설돼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당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모임 방식은 단순하다. 약속한 시각에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모여 감자튀김을 주문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먹고, 식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해산한다. 친목 도모와 소속감 강화를 목적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기존 동호회, 자기계발 모임과는 달리 딱 하루만 관계를 형성하는 일회성 만남을 추구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감튀모임에는 '최소 3인 이상' '사적 모임 자제'라는 불문율도 존재한다. 모임방은 공지를 통해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분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며, 성인과 미성년자가 함께 있고, 처음 만나는 분들도 많은 만큼 언행을 조심해 달라"며 "안전상의 이유로 3인 이상 활동해 주시고, 당근 모임 외에 별도로 이루어지는 만남이나 연락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인 연락처를 요구하거나, SNS 계정 공유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이날 기자는 당근에 있는 감튀 모임방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원조) 감튀 동아리'의 한 감튀 모임에 직접 참석했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약속 장소인 맥도날드 종로3가점에 참여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 처음 만난 이들은 "혹시 당근…" "네, 감튀 맞으시죠?"라고 물으며 서로를 확인했다.

가게에 들어서 자리를 잡자, "일단, 주문부터 할까요?"라는 모임장의 말에 "일단 라지 크기로 10개만 시킬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참석자는 총 6명으로, 서울 마포구·강북구·동대문구와 수원시 등 거주지는 제각각이었다. 당초 예정됐던 인원 가운데 2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 없이 불참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두 차례 감튀 모임을 나간 적이 있다던 곽모(24)씨는 "보통은 못 오시면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데, 아닌 경우도 꽤 많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문한 감자튀김과 음료가 나오자, 이들은 감자튀김을 한곳에 부었다. 참석자들은 산처럼 쌓인 감자튀김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인증샷을 남겼다. 송모(24)씨가 "저희 이거 다 먹을 수 있냐"며 밝은 얼굴로 묻자, 최모(25)씨는 "저 잘 먹는다"며 "제가 한 번에 다섯 개씩 먹겠다"고 맞받아쳤다.
[서울=뉴시스] 참석자들이 감자튀킴을 한곳에 붓는 모습. (사진=김건민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참석자들이 감자튀킴을 한곳에 붓는 모습. (사진=김건민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감자튀김을 집어 먹으며 가벼운 대화가 이어졌다. "바삭파세요, 눅눅파세요?" "어디 브랜드 걸 제일 좋아하세요" 같은 감자튀김 취향을 묻는 질문부터 '고민 상담' 'MBTI(성격 유형 검사)' '최애(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까지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리며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감튀 모임뿐만 아니라 여러 당근 모임에 참석해봤다는 정모(32)씨는 "다음엔 경도(경찰과 도둑) 모임에도 한 번 나가 봐라. 오랜만에 뛰니까 진짜 운동된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이에 송씨는 "경도 모임은 너무 힘들 것 같다"며 "나에게는 감튀 모임이 딱 맞다"고 덧붙였다.

감튀 모임에 처음 참여한다는 조모(20)씨가 "감튀 모임에 나가고 싶어서 수원에서 한 시간 넘게 버스 타고 왔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반갑다'며 환호했다.

모임은 약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그 사이 산처럼 쌓였던 감자튀김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고, 식사가 끝나자 모임은 빠르게 마무리됐다. 단체 대화방에는 각자가 남긴 '감튀 산' 'MZ항공샷(카메라를 머리 위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방식)' 사진과 "즐거웠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작별 인사가 전부였다.
[서울=뉴시스] 모임 직후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들. (사진=김건민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모임 직후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들. (사진=김건민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참석자들은 감튀 모임에 참석한 이유로 저렴한 비용과 가벼운 관계를 꼽았다. 곽씨는 "감튀 모임은 많이 써 봤자. 만원"이라며 "요새 친구들과 술자리만 가져도 십만원 가까이 쓰게 된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방학을 하다 보니 집에만 누워 있고 사람 만날 일이 없다. 감튀 모임은 부담 없이 나가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모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 만날 시간도 없고, 저녁 식사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라도 한 번씩 나와 다같이 밥 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공식 SNS를 통해 감튀 모임을 언급하며 화제에 동참했다. (사진=맥도날드, 롯데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공식 SNS를 통해 감튀 모임을 언급하며 화제에 동참했다. (사진=맥도날드, 롯데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유행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공식 SNS를 통해 감튀 모임을 언급하며 화제에 동참했고, 롯데리아는 지난 2일 홍대점과 신림점에서 원하는 소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소스 콜키지 프리' 이벤트를 진행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감자튀김을 매개로 한 놀이형 소비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감자튀김 모임 확산이 불황 속에서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오원택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객원교수는 "한동안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가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MZ세대 사이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며 "대표적인 '혼밥' 메뉴 햄버거와 짝을 이루는 감자튀김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기존 인식을 뒤집는 MZ세대의 '문화 비틀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오늘 7시 감튀 번개?"…2030 사로잡은 '감자튀김 모임' 직접 가봤습니다[출동!인턴]

기사등록 2026/02/11 05:11:00 최초수정 2026/02/11 07:55:4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