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규칙과 제도의 무자비한 파괴자”-뮌헨안보회의 보고서

기사등록 2026/02/10 06:42:11

최종수정 2026/02/10 07:38:23

밴스 부통령 지난해 참석해 극우정당과의 협력 촉구한 회의

‘파괴 중’ 제목 보고서 “전후 질서형성 큰 역할 美 대통령, 질서 파괴 앞장”

[서울=뉴시스] 뮌헨안보회의가 ‘파괴 중(Under Destruction)’이라는 제목으로 9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출처: 뮌헨안보회의 홈페이지) 2026.03.1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뮌헨안보회의가 ‘파괴 중(Under Destruction)’이라는 제목으로 9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출처: 뮌헨안보회의 홈페이지) 2026.03.1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유럽 안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세계를 파괴하는 파괴자”라고 규정했다.

유럽의 주요 국방 포럼인 뮌헨안보회의는 9일 발표한 ‘파괴 중(Under Destruction)’ 제하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후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서방과 세계 대부분을 결속시켜 온 안보질서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와 뜻을 같이하는 지도자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유럽, 미국 및 기타 국가의 안보 관계자들이 매년 모이는 행사다.

지난해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참석해 극우 정당과 협력할 것을 촉구하며 유럽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논란이 됐다.

“보편적 규범보다는 지역 패권국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 보게 될 것”

보고서는 “많은 서구 사회에서 개혁보다는 파괴를 선호하는 정치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사회가 걸어온 자유주의적 방향에 대한 분노와 후회에 사로잡힌 이들은 더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의 출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믿는 구조들을 허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파괴적인 의제는 민주주의 제도의 기능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과 의미있는 개혁 및 정치적 방향 전환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보고서는 “기존 규칙과 제도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데 가장 강력한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트럼프의 파괴적인 정치 행태는 제도적 관성을 깨뜨리고 교착 상태에 빠진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강제할 것이라는 점에 희망을 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파괴적인 정치 행태가 진정으로 국민의 안보, 번영, 그리고 자유를 증진시킬 정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원칙에 입각한 협력보다는 거래에 의해, 공익보다는 사익에 의해, 그리고 보편적 규범보다는 지역 패권국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세상은 파괴적인 정치 행태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아니라 부유하고 권력있는 자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 행정부가 기존 국제 질서의 핵심 요소들을 포기하면서 세계 각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정책 영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특히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 정부들은 오랫동안 ‘팍스 아메리카나’에 의존해 왔으며 그로부터 막대한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후 질서 형성에 큰 역할을 한 미국 대통령이 질서 파괴에 앞장서”

13일 개막하는 올해 회의는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과 트럼프 대통령의 급변하는 안보 전략, 특히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분리하려는 지속적인 시도에 대해 유럽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열리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9일 전망했다.

NYT는 “올해 보고서는 많은 유럽 지도자들이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더욱 강경하고 구체적인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아이러니하게도 1945년 이후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데 그 어느 나라보다 큰 역할을 했던 미국의 대통령이 이제는 그 질서를 파괴하는 데 가장 앞장서는 인물이 되었다”며  “그 결과, 건설이 시작된 지 80년이 넘은 전후 국제 질서는 지금 파괴되고 있다”고 썼다.

보고서 저자들은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자유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선언했다.

매튜 휘태커 주나토 미국 대사는 9일 그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휘태커 대사는 보고서 발표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세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를 해체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유럽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녀들이 어릴 때는 부모에게 의존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직업을 갖기를 기대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영토 보전·타국에 대한 무력 위협 또는 사용 금지 무시가 가장 충격적”

이 보고서에는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 거주자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민주주의 제도가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세대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가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문 조사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같은 지도자들이 이러한 추세의 수혜자라고 지적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안정한 지원을 중단하며, 빈곤국에 대한 원조를 대폭 삭감하는 등 전후 시대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난 여러 사례를 자세히 설명했다. 

저자들은 “아마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1945년 이후 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 즉 영토 보전과 타국에 대한 무력 위협 또는 사용 금지를 무시했다는 점일 것”이라고 썼다.

올해 회의에는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14일 연설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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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규칙과 제도의 무자비한 파괴자”-뮌헨안보회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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