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이주보다 달 도시 건설이 먼저"…일론 머스크의 우주 전략 선회 왜?

기사등록 2026/02/09 17:20:36

머스크 "화성은 20년 이상, 달은 10년"…'자생적 달 도시' 우선 구축 밝혀

트럼프 정부의 달 탐사 기조 발맞추는 듯…IPO 앞두고 목표 설정도 필요

[과달라하나=AP/뉴시스]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가 지난 2016년 9월 멕시코 과달라하나에서 열린 제 67회 국제천문총회에서 2025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프로젝트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16.09.28
[과달라하나=AP/뉴시스]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가 지난 2016년 9월 멕시코 과달라하나에서 열린 제 67회 국제천문총회에서 2025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프로젝트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16.09.28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당초 내세웠던 '화성 이주'의 비전보다 '달 도시 건설'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화성 식민지 건설은 20년 이상이 소요되는 과제인 반면, 달 도시는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이미 인류의 2025년 화성 도달이라는 목표는 실패한 상황에서 머스크의 '공상'에 가까운 꿈이 다소 수위를 낮춘 셈이다.

머스크는 9일(한국시각) 자신의 SNS인 X를 통해 "스페이스X는 이미 달에 '자생적 도시(self-growing city)'를 건설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상태"라며 "화성은 2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달 도시는 10년 이내에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미션은 여전히 같다. 인류의 의식과 생명력을 먼 우주까지 확장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인 지향점은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달을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미래를 보장할 가장 빠른 실천적 목표로 재정의한 점이 주목된다.

화성까지 26개월 vs 달까지 10일…'접근성'이 우선순위 갈랐다

머스크가 전략을 수정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지구와 여타 천체들 간의 물리적 거리, 발사 주기 등 공학적 한계가 꼽힌다. 머스크는 "화성은 행성들이 일렬로 정렬되는 26개월마다 한 번씩만 여행이 가능하고 이동 시간도 6개월이나 걸리지만, 달은 10일마다 발사가 가능하며 단 이틀이면 도착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성의 차이는 기술 개발의 '반복'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머스크는 "이(거리 차이)는 화성보다 달 도시를 건설할 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후속 작업을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화성행 스타십의 기술적 난관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 온 머스크가 달에서 먼저 거주 환경 조성 경험을 쌓아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징검다리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머스크가 화성 지상주의를 고집하며 달 탐사를 다소 과소평가해 왔으나, 현실적인 '우주 산업화'를 위해 결국 달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카치카=AP/뉴시스]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메가 로켓) 스타십이 13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스타베이스 기지에서 11번째 시험 발사되고 있다. 2025.10.14.
[보카치카=AP/뉴시스]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메가 로켓) 스타십이 13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스타베이스 기지에서 11번째 시험 발사되고 있다. 2025.10.14.

"내 임기 안에 달 가야" 트럼프 압박에 발맞추기…투자자 신뢰 확보 목적도

또 머스크의 이번 전략 변화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인 달 착륙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화성보다는 달 탐사 가속화에 힘을 싣는 기류가 강해진 상황이다. 스페이스X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핵심 사업자인 만큼,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임기 내인 2028년 말까지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을 성사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까지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한 설정'이 NASA를 압박하면서 자연히 NASA의 핵심 협력업체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에게도 달 착륙 성공의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한국을 포함한 아르테미스 협정국들과의 공조 체제에서도 이번 변화는 유의미하다. 달 기지 건설이 가속화될 경우, 달 궤도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과 자원 탐사 등 국내 우주 기업들의 참여 기회도 한층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측면의 실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스페이스X는 투자자들에게 화성보다 달 탐사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3월을 목표로 무인 달 착륙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또 올해 하반기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20년 뒤의 모호한 꿈보다는 10년 내의 '달 도시'라는 보다 가까워보이는 목표를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물론 스페이스X는 화성 도시 건설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약 5~7년 내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도 "하지만 인류 문명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재로서는 달이 그 목표에 도달하는 더 빠른 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머스크의 화성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거대 발사체 스타십을 활용해 달에서 먼저 '자생이 가능한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화성에 이식하겠다는 장기 시나리오를 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인 'xAI'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우주 거점 도시의 효율적인 운영과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인류의 의식을 우주로 확장하겠다는 머스크의 야심 찬 계획이 달이라는 현실적인 무대에서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화성 이주보다 달 도시 건설이 먼저"…일론 머스크의 우주 전략 선회 왜?

기사등록 2026/02/09 17:20:36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