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 서류 위조' 주장했지만…1심 패소에 항소
위법 인정돼도 배상 없어…'정신적 피해' 증명도 난관
국가 책임 인정 그 이후는?…법정에 남겨진 입양인들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1983년 해외입양 당시 작성된 '해외입양이민 승락서'. (사진=송종근씨 제공) 2026.02.06. creat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06/NISI20260206_0002057936_web.jpg?rnd=20260206155231)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1983년 해외입양 당시 작성된 '해외입양이민 승락서'. (사진=송종근씨 제공) 2026.02.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지난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개별 입양인이 민사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배상을 받기까지는 여전히 높은 벽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양 서류 위조 피해를 주장하며 입양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해외입양인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에 나서면서, 진실규명 이후에도 개인의 사법적 구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입양 서류 위조' 주장…한국사회봉사회 상대 손배소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해외입양인 송종근씨가 지난해 4월 2일 낮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 기록 즉시 공개와 국제 입양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5.04.18. now@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8/NISI20250418_0001821503_web.jpg?rnd=20250418142815)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해외입양인 송종근씨가 지난해 4월 2일 낮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 기록 즉시 공개와 국제 입양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5.04.18. [email protected]
송종근(47)씨는 4살이던 1983년, 국가의 해외입양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던 민간 입양기관 중 하나인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송씨는 입양 과정에서 서류 기록이 허위로 기재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지난해 7월 한국사회봉사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송씨에 따르면 친모가 생존해 있었음에도 일부 입양 서류에는 그가 '고아'로 기재돼 있었고, 본관과 주민등록 관련 정보도 부정확하게 작성돼 있었다, 가족관계등록부 역시 실제와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송씨는 뉴시스에 "나는 원래 호적에 주민등록번호가 있었는데, 기관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서류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당초 송씨는 위조된 입양 기록의 취소와 함께 위자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로부터 '입양 기록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취소 청구를 정리하지 않으면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입양 기록 취소 청구를 취하하고, 금전적 배상만을 구하는 청구를 유지했다.
법원 "입양 절차 위반은 인정"…그러나 배상 책임은 부정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23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청사에 간판이 보이고 있다. 2025.09.23. ddingdo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24/NISI20250924_0001951637_web.jpg?rnd=20250924081704)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23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청사에 간판이 보이고 있다. 2025.09.23. [email protected]
서울북부지법 제13민사부는 지난달 29일 송씨의 청구를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국사회봉사회가 송씨를 '무적자(無籍者·호적이 없는 사람)'로 처리해 국외 입양을 진행한 행위가 구 입양특례법 제13조 등을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입양 절차상 위반은 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위법으로 인해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변론기일에서 한국사회봉사회 측은 "40여 년이 지난 오래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자료를 확인한 결과 당시 입양은 특별한 법률상의 하자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씨는 뉴시스에 "기관이 (법원에) 제시했던 서류는 진짜 서류가 아니었다"고 했다.
송씨 측은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해외입양 업무가 국가의 관리·감독 아래 입양기관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도 준비 중이다.
위법은 인정돼도, 배상 기준은 없다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는 "입양특례법은 해외입양을 신속히 진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법"이라며 "불법이 확인됐을 때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이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입양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 정신질환을 포괄하는 정확한 명칭이 없다"며 "법정에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실규명 결정 여부가 갈림길…"결정문 없으면 더 불리"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외 입양인 김유리 씨가 박선영 위원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2025.03.26. photo1006@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6/NISI20250326_0020747882_web.jpg?rnd=20250326130437)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외 입양인 김유리 씨가 박선영 위원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2025.03.26. [email protected]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은 1964~1999년 한국에서 해외 11개국으로 입양된 367명이 서류 조작 등으로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이 가운데 56건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한국사회봉사회와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아동복지회 등 4개 입양기관의 관련 서류가 주요 대상이 됐다.
신청자가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경우, 결정문은 이후 민사소송에서 공적 판단으로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결정문이 없는 경우에는 입양인의 개별 주장만 남아 법원 판단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결정문이 있으면 객관적 근거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송씨는 진실화해위에 사건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특정 해외입양 관련 단체가 진실화해위와 연관돼 있다고 판단했고, 이 단체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가 책임 인정, 그러나 그 다음은 없어"…법정 싸움은 개인 몫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해외입양인 송종근(46)씨가 지난 2일 낮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 기록 즉시 공개와 국제 입양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5.04.18. now@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8/NISI20250418_0001821506_web.jpg?rnd=20250418142904)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해외입양인 송종근(46)씨가 지난 2일 낮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입양 기록 즉시 공개와 국제 입양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5.04.18. [email protected]
송씨는 소송 준비 과정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해외입양 승낙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지만, 일부 파일이 누락됐고 조부의 인감이 포함된 서류는 열람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재판 과정에서 통역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송씨는 "첫 공개 재판에서 통역이 제공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없었다"며 "법원 발언을 오해한 채 재판을 진행해야 했고, 지금은 사비로 통역사를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입양인 단체들은 진실화해위의 국가 책임 인정 이후에도,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배 대표는 "진실화해위 결정문이 나왔어도 국가에서 무엇을 해주겠다라는 그 다음이 없다"며 "결정문을 갖고 소송을 하든 말든, 비용과 언어·체류 문제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입양인 개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40~50대가 된 입양인들이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한국에 머물러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며 "이들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한국에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한국 국민들은 품위와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렇기에 정부야말로 이 나라에서 가장 책임 있고 도덕적인 존재여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송씨의 항소심에서는 입양기관의 위법행위와 정신적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소송이 병행될 경우, 해외입양 피해의 책임 주체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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