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 병력으로 발트 3국 장악…러 침공 워게임

기사등록 2026/02/06 09:44:42

최종수정 2026/02/06 10:22:24

칼리닌그라드 인도주의 위기 내세워

전략적 요충 마리얌폴레 점령하지만

미, "인도주의" 이유로 공동 방위 거부

[서울=뉴시스]오른쪽 아래 친 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와 러시아 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발트해 국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리투아니아가 놓여 있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의 "인도주의 위기"를 내세워 리투아니아 남부 마리얌폴레를 점령하면 발트 3국이 유럽으로부터 단절되면서 러시아가 쉽게 발트 3국을 장악할 수 있다는 워게임 결과가 발표됐다. (출처=나토) 2026.2.6.
[서울=뉴시스]오른쪽 아래 친 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와 러시아 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발트해 국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리투아니아가 놓여 있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의 "인도주의 위기"를 내세워 리투아니아 남부 마리얌폴레를 점령하면 발트 3국이 유럽으로부터 단절되면서 러시아가 쉽게 발트 3국을 장악할 수 있다는 워게임 결과가 발표됐다. (출처=나토) 2026.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최근 독일에서 실시된 워게임 결과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 유럽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헌장 제5조 발동을 거부함에 따라 비교적 소규모 병력만으로 발트해 3국을 장악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일부였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노리고 있다. 이 국가들은 20년 전부터 EU와 나토 회원국이다.

러시아는 또 발트해의 스웨덴·핀란드·덴마크 섬들과 폴란드 일부,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극북 지역,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까지 이어지는 유럽 전략 인프라를 타격할 가능성도 우려의 대상이다.

지난달 독일 연방군 헬무트 슈미트 대학 산하 워게임 센터가 실시한 워게임은 러시아가 리투아니아를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다. 전 독일 및 나토 고위 당국자 16명과 저명 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오는 10월 러시아가 침공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역할극 방식으로 진행했다.

침공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서 발생한 인도주의 위기를 구실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의 좁은 회랑의 교차점에 있는 리투아니아 도시 마리얌폴레를 점령한다.

미국은 러시아의 인도주의 주장을 근거로 회원국 공격을 나토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한 나토 헌장 5조의 공동 방위 규정 발동을 거부한다.

독일은 우유부단했고, 폴란드는 동원에 나섰지만 리투아니아 국경을 넘어 파병하지 않았다. 이미 리투아니아에 배치된 독일 여단도 러시아가 드론을 사용해 독일군 기지 앞 도로에 지뢰를 설치하면서 나서지 못한다.

군사 전문가로 러시아군 참모총장 역할을 맡았던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적이 우리의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억제가 유지될지 여부가 갈린다. 나는 독일이 망설일 것임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만으로 승리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인구 3만5000명의 마리얌폴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고속도로 교차지점이다.

남서쪽으로는 폴란드로 이어지는 비아 발티카 고속도로가 뻗어 있다. EU 전역과 우크라이나에서 온 트럭들이 붐비는 곳이다.

서쪽으로는 벨라루스와 칼리닌그라드를 잇는 통과 도로가 있다. 리투아니아는 조약에 따라 러시아 차량에 이 도로를 항상 개방해야 하며 이번 주에도 이 도로는 러시아 트럭들로 붐볐다.

비아 발티카 고속도로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나토 회원국들이 연결되는 유일한 도로지만 이처럼 러시아의 공격에 취약하다.

워게임에서 러시아는 단 며칠 만에 발트 지역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불과 1만5000명의 병력을 투입한 결과였다.

한편 러시아 위협이 얼마나 긴박한 지를 두고 유럽에서는 논란이 한창이다.

일부에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소모전에 묶여 진격 속도가 느린 점을 지적한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푸틴은 사실상 모든 일에서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에 나토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러시아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매달 약 3만5000명의 신규 병력을 모집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매달 약 3만명을 잃고 있기에 전쟁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나토를 침공할 여력이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군은 즉각적으로 전투 경험이 풍부한 최대 20만 명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투입한 병력보다 많다.

워게임에 참여한 니코 랑게 뮌헨 안보회의 선임연구원은 “나토 5조가 작동하지 않음을 드러내 유럽을 분열시키는 것이 푸틴의 목표라면 엄청나게 큰 군사력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푸틴은 유럽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나토나 EU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4년 전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은 러시아가 “유럽 패권을 추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문드 오스플라텐 노르웨이 국방대 교수는 “러시아는 장기전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조기에 쉽게 방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게임에서도 바로 이 점이 주효했다.

푸틴 담당이넌 알렉산데르 가부예프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소장은 “인도주의” 개입이라는 연막이 러시아의 침공을 성공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다면서 그는 “굶주린 칼리닌그라드 주민들에 대한 보급을 사악한 리투아니아가 막고 있으므로 인도주의 통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계속 낸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이런 연막전술이 미 정부 인사들이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잘 먹혀들 것으로 우려했다.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러시아는 나토 규약 5조 발동이 정확한 과학이 아님을 잘 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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