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대통령 “美 석유 봉쇄에 저항, 창조적 대응” “동등한 조건에서는 대화”

기사등록 2026/02/06 06:55:18

최종수정 2026/02/06 07:06:24

“쿠바 붕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 때문”…“항복은 선택지 아냐”

“국방 계획 업데이트, 모든 계층 토요일마다 군사 훈련 의무화”

트럼프의 행동 ‘히틀러 군대의 만행’에 비유

[아바나=AP/뉴시스] 미겔 디아스-카넬(가운데) 쿠바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시인이자 독립운동의 영웅인 호세 마르티 탄생 17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행진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1853년 1월 28일에 태어난 마르티는 1895년 5월 19일 스페인과의 독립전쟁 중 전사했다. 2026.02.06.
[아바나=AP/뉴시스] 미겔 디아스-카넬(가운데) 쿠바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시인이자 독립운동의 영웅인 호세 마르티 탄생 17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행진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1853년 1월 28일에 태어난 마르티는 1895년 5월 19일 스페인과의 독립전쟁 중 전사했다. 2026.02.0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에 대해 석유 봉쇄 조치를 내리며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5일 강경한 저항 의사를 밝혔다.

마이애미 해럴드 보도에 따르면 카넬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여 걸친 TV 연설에서 트럼프의 압력에 대한 저항을 다짐하며 앞으로 어려운 시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한 그가 이날 회견을 할 때 뒤로는 1959년 혁명 당시 소총을 들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의 실물 크기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의 회견은 TV, 라디오, 유튜브를 통해 방송됐다.

이날 TV 연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체포된 이후 쿠바 국민에게 한 첫 번째 TV 연설이었다.

쿠바 당국은 체포 이후 몇 주 동안 소셜 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비교적 온건한 메시지를 발표하는 데 그치고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쿠바 대통령은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도 압력과 전제조건 없이, 동등한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오만하며 범죄적인 봉쇄 정책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박탈당했냐”며 “양국 국민에게 상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문명화된 이웃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봉쇄에 창의적 저항할 것”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하며 미국이 자행하는 ‘석유 봉쇄’에 대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창조적 저항을 통해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바 붕괴의 원인은 쿠바인들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며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되겠지만, 창의적인 회복력을 통해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경제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침체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공급 차단전에도 이미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자국의 원유 생산량에 의존해 살아가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제한적인 조치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의 희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걸 알지만, 희생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느냐”며 “항복은 쿠바의 선택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공급업체로부터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 성명을 언급한 후 “쿠바와 협력할 의향이 있는 정부와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미국의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부문에 가해지는 재정적 압박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장애 극복을 위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정부가 국방 계획을 업데이트하고 모든 계층에 대해 토요일마다 군사 훈련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이 훈련에는 정규군과 민간인이 모두 참여하며 국민 동원을 목표로 하는 ‘모두를 위한 전쟁’ 이라는 군사 교리의 일환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행동을 ‘"범죄적’ ‘저속’ ‘비인간적’ 등으로 맹렬히 비난했다고 마이애미 해럴드는 전했다. 그는 심지어 트럼프의 행동을 ‘히틀러 군대의 만행’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화하지만 체제 변화는 대상 아냐”

트럼프의 압박속에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교부 차관은 카넬 대통령의 회견 하루 전인 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최고위급 인사들 간에 메시지 교환은 있었으나 이를 협상이나 대화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데 코시오 장관은 쿠바 정부가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정치·경제 체제 또는 사회주의 헌법 개정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코 코시오 장관은 또한 정치범 석방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으며 쿠바 국내외 거주자들이 요구하는 개혁안에 대한 논의도 배제했다.

데 코시오 차관은 미국과 의미 있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권 교체에 대해서는 논의할 의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들의 헌법 체계, 정치 체제, 경제 현실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헌법 체계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쿠바가 적대적인 국가 및 악의적인 세력과 결탁하고, 그들의 군사 및 정보 능력을 지원함으로써 극도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데 코시오 차관은 “쿠바는 미국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쿠바는 미국에 대해 공격적이지도 않고, 적대적이지도 않다. 테러를 은닉하거나 지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은 쿠바의 정치적 변화를 환영하며 정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쿠바는 미국이 논의하고자 하는 모든 주제에 대해 압력이나 전제 조건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라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권, 독립, 자결권을 존중하며, 내정에 대한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을 다루지 않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회담 의제에 안보, 마약 밀매와의 전쟁, 이민 문제, 과학 협력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쿠바는 실패한 국이자 이제는 베네수엘라의 지원도 없다”며 “쿠바의 최고위층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석유 봉쇄전부터 극심한 경제난…5일에도 수십만 정전

쿠바는 경제난과 최근 몇 년간 초인플레이션으로 공무원 급여와 연금이 대폭 삭감됐다. 5일에도 광범위한 정전 사태가 계속됐으며 섬 동부 지역 전체가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5일 오전 동부 지역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전력망 고장으로 몇 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다.

AFP 통신이 최근 공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쿠바는 지난해 필요한 전력량의 절반밖에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들은 식량과 의약품 부족을 포함한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실한 경제 관리와 관광 산업 붕괴 또한 쿠바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서 공급되던 하루 4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부족과 멕시코 등 주요 공급국에 대한 제재로 인한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섬 전역에 걸쳐 연료를 사기 위한 줄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고, 암시장 휘발유 판매량은 두 배로 늘었다.

이미 흔했던 정전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하루 20시간 이상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쿠바 대통령은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실패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3일 주아바나 미국 대사관은 쿠바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에너지 위기 속에서 연료, 물, 식량을 절약하고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등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일부 미국 시민들이 입국 거부를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를 겨냥한 시위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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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대통령 “美 석유 봉쇄에 저항, 창조적 대응” “동등한 조건에서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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