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FIU, 2026년 업무계획 발표
범죄 의심계좌 정지 도입…'트래블룰' 강화
변호사·회계사 등도 AML 의무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자금세탁방지(AML) 제도 도입 25년을 맞아 중대 민생 범죄 대응 역량 강화,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체계 보완 등을 주요 과제로 자금세탁방지 제도 선진화를 추진한다.
FIU는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자금세탁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발행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발행회사는 동결·소각 기능이 내재된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 또 중대 민생 범죄 방지를 위해 범죄 의심계좌를 FIU 권한으로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트래블룰)를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은 5일 'AML·테러자금조달금지(CFT) 정책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특정금융정보법상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도입한 지 25년이 지남에 따라 초국가범죄 등 새로이 당면한 자금세탁 현안에 대응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올해 업무 수행 계획의 취지를 설명했다.
2001년 설립된 FIU는 금융업권 자금세탁방지 의무의 관리·감독 업무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AML 의무를 부과하는 등 사업자들의 AML 역량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현금·가상자산 등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거래수단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데다 최근 등장한 새로운 양상의 자금세탁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부족해진 측면이 있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AML 제도 보완을 위해 FIU는 ▲신속한 범죄수익 동결·환수 ▲금융업권 AML 역량 강화 ▲국제 기준 정합성 제고 등 현안을 담은 업무 수행 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중대 민생 범죄와 초국가 범죄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의심 계좌 정지 제도'를 도입을 추진한다. 마약, 도박, 테러자금 조달 행위 등 특정 중대 민생침해 범죄에 대해 FIU가 수사기관 요청 등에 따라 계좌정지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처음에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의심거래보고(STR)를 확인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계좌를 정지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자체 분석 사안에 대해서도 계좌정지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의심거래보고 정보에 대한 FIU의 심사 분석 기능도 강화한다. 전략분석팀을 상설화하고 심사분석 시스템 인공지능(AI) 도입 등을 통해 전문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조직·인력 확대 필요성도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많음에도 FIU 조직 인원이 호주(610명)의 9분의 1에 불과한 73명뿐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체계도 보완한다.
현재 국내거래소 간 발생하는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송신 거래소가 수신 거래소에 송·수신인의 정보를 제공할 의무(트래블룰)를 부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적용 대상을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한다. 또 송신 거래소뿐 아니라 수신 거래소에도 정보를 확보할 의무를 부과한다.
국내 거래소가 개인 지갑 혹은 해외 거래소와 거래할 때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 등 저위험 거래만 허용하는 등 거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에 대비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체계도 구축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업자에 대해서도 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내부통제 등 특금법상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특히 코인 발행시 동결·소각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재하도록 의무화해 스테이블 코인이 자금세탁에 활용될 경우 즉시 동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 범죄의심계좌 정지 제도 도입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FIU의 동결 권한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주식 FIU 제도운영기획관은 "스테이블 코인이 오히려 결제 등 대중화 가능성이 높아 자금세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발행시 동결·소각할 수 있도록 내재화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 있고, 나머지는 다른 가상자산과 똑같이 적용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지니어스 법안에서도 동결·소각 기능 내재는 포함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영세 사업자들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역량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고려해 선제 점검에 나서고 경영 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FIU는 올해 5~7개사 현장 점검을 추진하고 부실 사업자의 경우 신규 진입, 유효기간 갱신을 제한할 계획이며 법령 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재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자금세탁 방지 역량 제고를 위해 관련 부문에 대한 임원 책무 강화도 추진한다. 특금법상 보고 책임자를 임원으로 규정해 임원이 직접 자금세탁방지를 챙기도록 한다.
또 자율참여로 연 2회 이뤄지는 '자금세탁방지 제도 이행평가'에 대한 참여를 의무화하고 허위 자료 입력, 자료 제출 거부 등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할 에정이다.
제도 수준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시하는 기준 등 국제사회의 요구수준에 맞도록 선진화한다.
유령·위장법인을 통한 자금세탁을 차단하기 위해 법인의 '실제소유자' 정보에 대한 관리·활용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의무 도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FATF는 이들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화를 권고하고 있는데, 현재 미도입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2개국뿐이다.
2028년 열리는 'FATF 상호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합동대응단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각 회원국의 국제기준 이행 현황과 효과성을 평가하는 자리다.
금융위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상반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제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업무 수행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자금세탁으로부터 안전한 선진 국가로 도약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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