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중국 검찰이 정신 질환을 앓던 피해자와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강간 혐의로 조사 중이던 남성을 불기소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진중시에 거주하던 대학원생 부씨는 2008년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1년 5월 실종됐다.
2024년 말 부씨의 가족들은 부씨가 원래 집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산시성 허순현의 한 농촌 지역에서 장씨(46)와 동거하며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씨의 조카는 "삼촌이 10년 넘게 한 여성과 살았는데, 가족 중 누구도 여성의 배경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종 당시 부씨는 조현병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 인신매매와 성폭력 피해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장씨 외에도 성폭행 가해자는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허순현 인민검찰원은 성폭행 혐의로 마을의 다른 남성 2명을 기소했지만 장씨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장씨의 행위는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살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는 강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씨와 장씨의 첫 성관계가 두 사람이 만나 친밀해진 2~3개월 뒤에 이뤄졌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장씨가 부씨와 낳은 자녀 중 한 명을 4만 위안(약 830만원)에 입양 보낸 일 역시 "사적 입양으로 아동 인신매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당국은 오랫동안 여성 인신매매 현상을 외면해왔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청두에서 활동하는 옌썬린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강간에 대한 유죄 판결 기준은 반드시 성적 동의에 근거해야 하고 '돌봄'이나 '동거'가 형벌을 낮추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부씨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적 장애 여성에 대한 정부의 사회 보장 기능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CMP 역시 현지 변호사 인터뷰를 인용해 "이 판결의 논리는 사실상 '성적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한 지적 장애 여성과 가정을 이루는 것이 강간 혐의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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