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든타임 얼마 안남아" 韓 AI 미래 걸린 반도체클러스터 서둘러야

기사등록 2026/02/04 18:11:03

인프라·보상 문제로 사업 지연

특별법 통과에도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아

"자칫 늦어지면 경쟁사에 칩 수요 뺏겨"

정부-지자체-기업, '속도전' 힘 합쳐야

[서울=뉴시스] 이지용 산업부 기자. 2025.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용 산업부 기자. 2025.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꼬박 6년이나 걸렸네요."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을 너무 오랫동안 공터로 두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하며,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용인 원삼면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국가적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의 조성 계획 발표부터 실제 첫 삽을 뜰 때까지는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기간이 걸린 셈이다.

반도체라는 국가 핵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였지만 그 동안 논의는 반복됐고 현장에서는 좀처럼 사업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토지 보상 문제, 전력·용수 공급 문제, 각종 지자체 인허가 절차 등이 겹치며 출발부터 사업이 순탄치 않았다.

용인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는 SK하이닉스가 600조원을 들여 공장 4기를 짓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첫 번째 공장을 내년 초 본격 가동할 예정인데, 사업 추진이 2019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8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용인 이동·남사읍에 위치한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내에 공장 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사업 추진을 확정했는데 오는 2030년에야 첫 번째 공장 일부가 가동할 전망이다. 현재 토지 보상률은 20% 수준이다.

이들 클러스터 사업이 지난한 과정을 겪고 있는 와중에 최근에는 일부 정치권과 지역에서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국가적으로 단합해 전력을 다 해도 모자랄 시점에, 사업이 대내외적으로 갖가지 변수들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1년 6개월이 넘는 국회 계류 끝에 최근 반도체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최대 리스크였던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 문제는 비교적 원활히 해결될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시간은 한국의 편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우리 기업들에게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주요국들은 행정적·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이미 대규모 반도체 생산 단지 건설 경쟁에서 한국에 앞서가고 있다.

대만의 경우, 정부가 TSMC에 수조 원에 달하는 직접 지원금 및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서 자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있다. TSMC는 대만 타이중에 첨단 1.4나노 공정 라인 4기를 짓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 투자펀드 '빅펀드 3기'를 통해 470억 달러(68조원)를 투입해 자국 내에 메모리, 파운드리 등 반도체 공장을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행정적 지원까지 더해지며 YMTC, SMIC 등 중국 경쟁사들의 공장 건설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당장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를 원하는 상황이지만, 이 수요가 언제까지 갈 지는 미지수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반도체 생산이 더뎌지면 금세 경쟁사들에 그 수요가 옮겨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AI 산업은 어느 때보다 빠른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숨 가쁘게 재편되고 있다. 결국 생산 거점을 선점한 국가와 기업이 AI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구조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공장을 짓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시대에 반도체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사업이 아니다. 자칫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늦어지면 국가의 AI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3년 늦어지면 시장을 빼앗기고 5년 늦으면 산업 자체가 사라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쟁을 끝내고 정부, 정치권,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한 목소리로 '속도전'에 나서는 일이다. 인프라 구축부터 공장 건설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정리하지 못하면 골든타임은 돌아오지 않는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얼마나 빠르게 조성하는 지는 한국의 반도체, 더 나아가 AI 산업의 미래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9. photo@newsis.com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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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02/04 18:11:0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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