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케데헌' 아덴조 "한국계 미국인 정체성 찾았죠"

기사등록 2026/02/02 09:07:31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연

K팝 걸그룹 '헌트릭스' 리더 '루미' 역

"어린 시절 인종차별…연기하며 힐링"

메기 강 감독과 정체성 혼란 고민 나눠

영어 목소리 연기만 "전혀 아쉬움 없어"

"이재 '골든' 노래 대박…캐스팅 완벽"

어린이팬 늘어…차기작은 '퍼펙트 걸'

"한국 작품 하고파…새로운 열정 생겨"

아덴조
아덴조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아덴 조(40)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정체성을 찾았다. 한국계 미국인 2세로,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인종차별을 겪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니었다. '대체 난 어느 나라 사람이야?'라는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열여덟 살 때 '후드랫츠 2: 후드랫 워리어'(2008)로 연기를 시작, 약 20년 만에 케데헌으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당초 K팝 걸그룹 '헌트릭스'(HUNTR/X) 스승 '셀린'(김윤진) 역으로 오디션을 봤으나, 주인공인 헌트릭스 리더이자 메인보컬 '루미'에 캐스팅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루미를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힐링했다"고 돌아봤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거면 미국인처럼 하길 바랐다. 성이 조씨라서 (미국인처럼 보이기 위해) 예명을 '조'로 바꾸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만약 성공하면 나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보여주고 나 같은 배우를 더 수용할 수 있는 문이 열리지 않을까 싶었다. 어렸을 때 애들이 밀고 때려서 병원에 세 번이나 갔다. '너네 나라 가!'라며 외모, 머리 등을 놀려서 '내가 잘못됐나, 이상한가' 싶었다. 루미도 진짜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지 않았느냐. 나도 내 자신을 숨기는 것 같았다. 루미가 '나를 사랑해주세요'라고 한 것처럼, 나도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서 사랑 받고 싶었다."

케데헌은 루미·'미라'(메이 홍)·'조이'(지영 유)가 대형 스타디움 공연이 없을 때 비밀 능력으로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이야기다.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계 캐나다인 메기 강과도 정체성 고민을 나누지 않았을까.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도 함께 만들었다.

"메기 강 감독님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어느 나라에도 속한 사람이 아니고, 외부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 캐스팅되고 큰 책임감을 느꼈고, 메인 캐릭터로서 엄청 잘하고 싶었다. 한국에 제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어로 목소리 연기를 하지만, 가끔 한국어를 할 때 완벽한 발음으로 하고 싶었다"며 "난 당연히 셀린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전화가 와 '루미 목소리와 좀 더 맞을 것 같다'고 해 놀랐다. 감독님이 '캐스팅을 루미는 감정을 많이 보여줘야 해 생각보다 캐스팅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 큰 선물 같았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루미 목소리를 찾을 때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루미는 K팝 스타이고 리더라서 멋있고 쿨한 모습을 담고 싶었다. 미라, 조이에겐 언니처럼 다정하고, '사자 보이즈' 진우 등 앞에선 약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세 번째 세션 녹음 날 점심을 먹으면서 이상하게 시범을 보였는데, 감독님이 '그거야! 그렇게 해! 조금 빈틈있고 인간적인 모습을 원해'라고 하더라. 루미의 재미있고 웃긴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뭐야 똑같은데!'라고 했는데,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목소리 연기지만 영혼도 담기는 것 같다."
가창력도 뛰어난 데 영어 목소리 연기만 해 아쉬움은 없었을까. 극중 루미 노래는 이재가 불렀으며, 주제곡 '골든'(Golden)은 큰 인기를 끌었다. "전혀 아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가수를 하고 싶었지만, 연기를 시작하면서 노래는 취미로만 했다"며 "케데헌은 캐스팅이 완벽하다. 이재가 루미 노래를 해준 게 대박이다. 보통 가수들이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처음에 골든을 듣고 펑펑 울었다. '어떻게 이렇게 캐스팅, 편집을 잘 했을까' 싶더라. 진짜 가수를 캐스팅 해 최고의 노래를 할 수 있었다. 내가 했으면 절대 그렇게 못한다. 난 골든을 못 부른다"며 웃었다.

그룹 '아스트로' 차은우와 루미·진우 듀엣곡 '프리'(Free) 커버한 영상도 공개했다. 제작진은 차은우를 모델로 진우 캐릭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진우 영어 목소리 연기를 한) 안효섭씨와 같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못 맞췄다. 언젠가 같이 커버나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다.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은우씨는 '케데헌을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이 와 자연스럽게 커버가 이뤄졌다. K팝 가수들이 커버 영상을 올려줘서 케데몬 인기가 더 높아졌다. 전 세계에서 도와준 것 같다. 팬들과 다 같이 축하 파티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케데헌을 통해 어린이 팬도 많아졌다. "어린 아이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정말 고맙다. 친구 아이들에게 루미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언젠가 만나자'고 했다. 루미가 줬다고 하면 엄청 좋아한다고 하더라. 재미있고 신기하다.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았나 싶다"며 "무엇보다 첫 애니메이션 작품이 성공해 기쁘다. '인사이드 아웃'을 100번이나 보고, '쿵푸팬더'도 정말 좋아한다. 마법적인 여정을 보여줘서 우울하고 슬플 때마다 본다. 케데헌도 전 세계에 사랑을 표현해준 작품 같아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을 생각하면 정, 사랑, 우정, 의리, 배려 등이 떠오른다. 케데헌을 통해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 문화를 느끼게 해줘서 기쁘다. 한국에선 '밥 먹었어?'라며 챙기고, 다 같이 일하고 밥 먹는 게 문화이지 않느냐. 루미가 친구를 걱정·배려해주고, 어른을 존경하는 모습 등 한국 문화가 확실히 담겼다. 엔딩에서도 혼자 해내기 보다 '같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루미는 혼자 부담을 느끼다가 능력을 잃고,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겼는데 아름다운 메시지 같다. '한국 사람들은 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케데헌은 세계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는 장편 애니메이션과 주제가상 등 총 2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아덴 조는 '2026 아스트라 필름 어워즈'(Astra Film Awards)와 '노스캐롤라이나 영화비평가협회'(NCFCA)에서 영예를 누렸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이 미국에서 인정 받을 때 정말 뿌듯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문이 열리는구나' 싶었는데, 케데헌도 그 안에 같이 들어가는 느낌이라서 믿기지 않았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 오스카상을 받으면 세계에서 한국을 다룬 작품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덴 조는 인터뷰 내내 한국어로 소통했다. 중간 중간 영어로 얘기하고 통역사가 도와주긴 했지만, 한국어로 연기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어린 시절엔 한국어를 잘 못했지만, 성인이 된 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항상 휴가를 보낸다. 한국어를 배워야 한국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한국 작품을 하는 게 꿈"이라며 "쉽게 하고 싶진 않고, 정말 멋지게 도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즐겨본 한국 작품으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엽기적인 그녀'(2001) '써니'(2011) 등 여성 중심 한국 영화를 꼽았다. "김은숙 작가님 드라마도 정말 좋아한다. '시크릿 가든' '더 글로리'를 재미있게 봤다"며 "'힘쎈여자 도봉순' '미녀는 괴로워' '커피 프린스' '서른, 아홉'도 미국에서 보기 어려운 이야기다. 예전에 '쉬리'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멋있었다"고 귀띔했다.

차기작은 할리우드 영화 '퍼펙트 걸'이다. 데뷔를 앞둔 K팝 걸그룹 멤버 선발을 둘러싼 극심한 경쟁 속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한국 극본을 많이 받고 있다. 원래 미국 작품이 몇 개 있었는데, 한국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 때 케데헌 같은 작품을 보는 게 꿈이었다. 미국에는 알라딘, 자스민 공주밖에 없었다. 케데몬 첫 장면에 한국 음식, 한국 스타일 음악 등이 나와서 울었다.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면서 이 순간을 기다린 느낌"이라며 울컥했다. "나한테 이런 한국적인 모습이 없을 줄 알았는데, 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한국 여성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루미는 쿨하고 멋있고 액션도 잘하지 않느냐. 그동안 미국에는 이런 작품이 없었다. 나의 어린 모습을 생각하면서 엄청 힐링 받았다. 여덟 살의 내가 루미를 보면 '나야!'라고 말할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이 다들 '나도 루미야! 난 진우야!'라고 말하는 게 신기하고 뿌듯하다. 새로운 열정이 생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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