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품 떠날 '다음(Daum)'의 다음(Next)은 웃을 수 있을까[기자수첩]

기사등록 2026/02/02 09:51:54

최종수정 2026/02/02 10:30:24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PC통신 서비스 '천리안',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1세대 포털 '프리챌'과 '드림위즈'. 1990년대 또는 2000년대 한때 PC 시대를 호령한 서비스들이다. 이들은 한때 우리의 일상에 자리매김했으나 지금은 추억 속 한 페이지로 남았다.

이 이름들에 언젠가 '다음(Daum)'도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한때 포털 시장 1위 사업자로서 국내 최초 무료 이메일(한메일), 2000년대 초중반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아고라) 등 한국 인터넷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다음이 점차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메일 유료화 선언과 '지식인(iN)' 등 네이버의 공격적인 서비스 확대로 포털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뼈아팠다. 이후 지난 11년 6개월간 카카오와의 카카오와의 동거는 서로의 필요를 채웠던 전략적 선택이었다. 카카오는 우회상장과 대규모 자금 확보 등 현실적 성과와 안정적인 콘텐츠 기반을 얻는 실리를 챙겼다. 하지만 2014년 당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힘을 합쳐 네이버의 독주를 막을 것으로 기대했던 합병 효과는 서비스 결합 등 여러 한계에 부딪히며 서서히 희석됐다.

이제는 구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빙'에도 밀리면서 다음은 카카오 내부에서도 수익성을 고민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내몰렸다.

그런 다음에 손을 건넨 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사 업스테이지였다. 1996년 1세대 검색 엔진 '까치네'를 개발하던 김성훈 대표가 다시 포털 '다음(Daum)'의 '다음(Next)'을 이끌 구원투수로 나선 점은 운명적이다. 그는 줄곧 "데이터에 목마르다"고 외쳐왔는데 다음이 30년간 쌓아온 데이터 창고는 그 갈증을 단숨에 해소해 줄 '노다지'와 같았다.

다음의 새로운 진화는 반갑다.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포털 시장 우위에 있는 네이버, 구글에 신선한 중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음과의 시너지로 차세대 AI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은 검색 시장을 흔들고 있는 '퍼플렉시티'를 떠올리게 한다.

결과적으로 카카오와의 이별은 다음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그늘에서 점진적 쇠락을 기다리느니 기술 최전선에 있는 AI 스타트업의 새 심장을 이식받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이 그대로 사라졌다면 지난 30년의 데이터는 디지털 유산으로 사라졌겠지만 이제 그 유산은 국산 AI 엔진을 돌릴 핵심 연료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제 1세대 포털 '다음'은 다시 증명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추억의 이름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AI를 통해 검색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포털 운영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이 거대 플랫폼 조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또 고착화된 네이버·구글의 검색 점유율을 깨트릴 실질적인 한방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국내 포털·검색 시장에 다음이 다시 한번 '메기'로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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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품 떠날 '다음(Daum)'의 다음(Next)은 웃을 수 있을까[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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