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색채로 펼쳐낸 사랑, 그 처절함에 대하여…'몽유도원'[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2/01 11:00:00

'도미전' 설화 모티프, 최인호 작가 '몽유도원' 원작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 목표…한국적 색채 담아내

군무·음악으로 풀어낸 여경과 도미의 바둑 장면 백미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사랑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주지만,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갖기 위해 권력을 앞세운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몽유도원'은 이처럼 상반된 사랑의 얼굴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작품은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도미와 아랑의 사랑, 그리고 왕 여경의 헛된 욕망이 대비되며 비극적 서사가 전개된다.

백제의 왕 여경(개로왕)은 꿈에서 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충직한 신하 향실은 꿈속의 여인인 아랑을 찾아내지만, 그는 이미 목지국의 지도자 도미와 혼인한 사이다.

그럼에도 여경의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아랑을 빼앗기 위한 계획이 이어지고, 도미와 아랑이 서로를 지키려 할수록 여경의 분노는 커져 끝내 도미의 눈을 멀게 하는 폭력으로 치닫는다. 광기 어린 집착에 맞서는 아랑은 스스로 얼굴을 상처 내는 선택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다.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2년 '몽유도원도'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던 작품은 당시 연출을 맡았던 윤호진이 다시 손을 봐, 24년 만에 새롭게 무대에 올랐다.

설화와 소설에서 가져온 이야기는 각색을 통해 현대적 공감을 덧입혔다. 여경에게 아랑은 단순한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불안한 정치적 입지와 결핍 속에서 붙잡고 싶은 유일한 희망으로 그려진다. 그의 방식은 잘못되었을지언정, 왜 그토록 아랑을 갈구했는지가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여경의 일방적인 집착과 도미·아랑의 애틋한 사랑이 대비되며, 작품은 사랑의 힘과 희생, 욕망과 위로에 대해 질문한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만큼, 무대 곳곳에는 한국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다. 넘버들은 한국 고유의 선율과 서양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사운드를 결합했고, 국악기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한 '그대여', '그대라도 부디', '목지의 옛노래'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앙상블이 펼치는 군무는 작품 전반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특히 여경과 도미의 바둑 대국 장면은 압권이다. 목지국 사람들의 자유와 아랑의 입궁을 두고 벌이는 내기가 흑과 백의 의상을 입은 앙상블의 역동적 움직임으로 표현되며, 음악과 안무가 어우러져 긴장감을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1부 도미와 아랑의 결혼식, 2부 여경과 아랑의 결혼식 장면 대비도 선명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행복이 담긴 전자의 장면과 달리, 붉은 이미지가 압도하는 후자의 무대는 욕망과 불안이 뒤섞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묵화 번짐을 활용한 영상미 역시 한국적 미감을 더한다. 여경이 꿈속에서 마주한 도원, 새로운 갈등을 암시하는 개기일식 등은 현실과 꿈, 욕망과 비극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백제의 왕 여경 역에는 민우혁과 김주택이 캐스팅됐다. 민우혁은 단순한 악역을 넘어, 가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무너져가는 한 남자의 처절함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아랑 역에는 하윤주와 유리아, 도미 역은 이충주와 김성식이 출연한다. 

공연은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장면.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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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색채로 펼쳐낸 사랑, 그 처절함에 대하여…'몽유도원'[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2/01 11: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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