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튜링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고독했던 인간"

기사등록 2026/01/29 15:33:33

연극 '튜링머신'서 英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 연기

"박근형 선생님으로부터 인간에 대한 접근법 배워"

"사면형 무대 흥미로운 도전…지금도 깨지는 과정"

[서울=뉴시스] 연극 '튜링머신'에서 튜링을 연기하는 배우 이상윤.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튜링머신'에서 튜링을 연기하는 배우 이상윤.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01.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연극에) 담긴 이야기는 굉장히 많지만, 결국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찾고자 했던 것과 현실과의 차이 때문에 조금은 외로웠던 인물이죠."

배우 이상윤(44)은 서울 성동구 한 서점에서 가진 연극 '튜링 머신' 라운드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이렇게 정의했다.

연극 '튜링 머신'은 현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의 삶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암호 '에니그마' 해독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은 한 인간으로서 튜링의 고독과 확신에 더 무게를 둔다.

이상윤은 "튜링은 다른 사람일 뿐,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역사적으로 앞선 사람은 그 시대에 종종 이상한 취급을 받지 않나.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해 한편으론 불쌍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 인물의 일생을 무대 위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그는 선배 배우 박근형에게서 배운 연기 태도를 떠올렸다. 그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박근형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작품을 하면서 박근형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은 작품에서 '한 인간의 기승전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였어요. 튜링 역시 한 사람의 삶으로 바라보려 했습니다."

극 속 튜링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분명한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재판 장면에서 그 성격이 극대화된다. 당시 영국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했고, 동성애자였던 튜링은 기소된다.

이상윤은 "반박한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이 된다"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침묵과 고독. 엄청난 고독을 말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라는 대사 역시 튜링의 내면을 관통한다. 튜링이 끝까지 붙잡았던 질문,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를 홀로 고민해온 삶이 응축된 문장이어서다.

[서울=뉴시스] 연극 '튜링머신'에서 튜링을 연기하는 배우 이상윤.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0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튜링머신'에서 튜링을 연기하는 배우 이상윤. (사진=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2026.01.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로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튜링의 정서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튜링은 전쟁에서 암호를 해독했지만 이를 즉각 활용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희생이 발생했다는 비난도 감당해야했다.

이상윤은 "2차 세계대전을 받아들이는 유럽의 정서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결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한국 사람이 일제강점기에 정서가 있지만, 외국인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연기한다면 아마 같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2인극이지만, 상대 배우가 3인을 연기하고, 트리플 캐스팅까지 더해져 "총 9명과 연기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도전은 관객과 네 방향으로 마주하는 사면형 무대다. 이상윤은 극 중 관객에게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평소 안해본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도전했어요.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사면이다 보니 어려운 점은 있죠. 비슷한 형식인 '벙커 트롤로지'를 참고했고, 연출님을 찾아가 사면 무대에 대해 묻고 아이디어를 얻곤 했어요."

실제 공연에선 관객의 정적인 몰입에 당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분위기를 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정말 어렵다"며 "이 또한 연극을 보는 문화로 존중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잘 알려진 이상윤은 드라마와 영화 중심의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연극 '올모스트 메인'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깨지고 싶어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튜링 역에 함께 캐스팅된 배우 이동휘를 보면서 깨지고 있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면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그 친구를 통해서 깨달아요. 오래 활동하고 되게 사랑받는 배우는 그만큼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지점까지 갈 수 있구나. 그래서 이 극이 더 커질 수있구나. 거기까지도 생각해야 하는구나. 이런 것들이 깨지는 과정이죠. 저는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연극 '튜링머신'은 오는 3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튜링머신' 포스터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극 '튜링머신' 포스터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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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튜링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고독했던 인간"

기사등록 2026/01/29 15:33:3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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