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지난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공단 패소'라는 판단이 나왔다.
담배회사에 흡연 폐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소송이었으나, ▲흡연과 폐암 등 질병의 개별적 인과관계 ▲담배의 제조상·표시상 결함 ▲담배회사의 위험성 축소 행위 등 모든 쟁점에서 공단 측의 주장이 기각되면서 당시 이사장을 비롯한 공단 직원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의학적 판단 영역으로 간주되는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 마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공단과 시민사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공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방침인데, 법적 승패를 떠나 소송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흡연의 건강 피해가 단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제시된 점이다. 보통 담배는 건강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개인이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기호품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른 책임도 개인에게 부과된다.
그러나 공단은 이번 재판에서 다룬 대상자(환자)들이 흡연을 시작한 1960~1970년대엔 담배 유해성·중독성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으며, 담배 회사도 이에 대한 경고 표시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부각했다. 개인이 건강에 치명적인 흡연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선택을 내리기까지 충분한 사회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전제로 깔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엔 이러한 통제 장치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을까?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및 금연 캠페인 등 과거보다 흡연의 유해함을 알리는 수단이 늘고 이로 인해 담배에 대한 경각심도 사회 전반적으로 커진 듯 하다. 지난달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의 범주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반가운 변화다. 법 개정에 합성니코틴 제품도 기존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됐다.
그러나 통계는 아직 만족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최근 30일동안 1일 이상 담배를 사용한 분율)은 36.0%에 달하며, 특히 전자담배의 현재사용률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현황을 봐도 작년 기준 고등학생의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8.3%로 적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다. 아울러 청소년의 전체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최근 10년간 감소한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되레 증가해, 성인과 마찬가지로 전자담배를 이용한 흡연이 확산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담배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공단에 따르면 해외 일부 국가는 규제에 더 앞서나가고 있다. 몰디브는 특정 연도 이후 출생자에 대해 흡연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차세대 흡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담배 규제 법제화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적극적 규제의 필요성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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