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청년의 심장, 51세 여성에 이식하는 24시간 그려
장기 이식 둘러싼 여러 사람과 과정, 결정을 풀어내
김신록, 16개 인물을 넘나들며 생과 사의 시간 설득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공연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하루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다. 단 하루의 시간 안에서 생명과 선택, 남겨진 이들의 생각이 겹겹이 교차한다.
지난 13일 개막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기까지의 24시간을 따라간다.
거친 파도 속에서 서핑을 즐기며 살아있음을 느끼던 시몽은 귀가하던 길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사는 뇌사 판정을 내리고, 그의 부모에게 장기 기증을 제안한다.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있는 아들의 몸 앞에서 부모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선택의 순간과 마주한다.
작품은 장기 이식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그 결정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간과 태도를 응시한다. 누군가의 상실이 또 다른 생명을 '수선'하는 과정, 인간이 결국 타인을 통해 이어지고 회복된다는 사실을 차분히 기록한다.
무대에는 시몽과 그의 부모 뿐 아니라,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 레볼,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토마, 심장을 적출하는 외과의 브레바, 심장 전문의 아르팡, 그리고 기증자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심장을 기다리는 끌레르까지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시몽의 죽음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박동하는 다른 삶의 시간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끈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모든 인물을 한 배우가 연기하는 1인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배우는 서술자를 포함해 16개의 인물을 오가며, 각기 다른 감정과 리듬을 구축한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공연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재판매 및 DB 금지
2019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이번 공연에는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가 출연한다.
2022년 삼연부터 작품에 참여해 온 김신록은 이번 시즌에도 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넘나들며 1인극의 설득력을 끌어올린다. 레볼과 마리안이 시몽의 상태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토마가 부모에게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장면에서는 서로 다른 역할과 감정이 한 시간대 안에서 교차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 하나 뿐인 단출한 무대 위에서 조명과 빛, 음향은 인물의 내면을 확장한다. 수술 장면을 빛을 통해 표현하거나, 그림자를 통해 절망과 희망의 경계를 암시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시몽에서 끌레르로 이어지는 심장 박동 소리, 장기 적출 직전 이어폰을 통해 흐르는 파도 소리는 삶의 감각을 또렷이 환기한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죽음을 다루지만, 끝내 삶의 지속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하나의 심장이 건너가는 시간 동안, 인간이 서로의 삶에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공연은 3월 8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포스터. (프로젝트그룹 일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