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턱' 20만원…관행일까, 직장 내 괴롭힘일까[직장인 완생]

기사등록 2026/01/24 09:00:00

최종수정 2026/01/24 09:12:24

승진턱에 승진주까지 강요하는 팀장

직장 우위 이용…업무 적정범위 넘어

현직 노무사 "괴롭힘 성립될 수 있어"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팀장에 불만이다. 현재 속한 팀엔 '진급턱', '진급주' 문화가 있다. 대리에서 과장이 되는 등 진급 및 승진을 하면 이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돈을 내야 한다. 액수도 15만원~25만원 가량이다. 고물가 시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금액이다. 돈만 내는 것도 아니다. 커다란 대야에 술을 잔뜩 따라 모두 마시는 진급주도 있다. 이런 관행이 불합리하고 전근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선배들은 군말이 없다. 진급턱에 항의하는 선배도 있었지만 강요와 눈치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한다.

승진턱 문화는 A씨 사례뿐 아니라 대부분 직장에서 오랜 관행으로 남아 있다. 신한은행이 20~64세 취업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낼 필요 없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0.1%, 당연히 내야한다는 비율은 28.3%다.

사회 전반적 인식이 '내야한다'에 기울어진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번 사례처럼 팀장급이 강제하는 것은 어떨까. 결론부터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려면 ▲직장에서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A씨 사례로 좁혀보면, 직장에서 우위를 이용한 점은 명백해 보인다. 다른 팀에서는 찾기 어려운 문화이고, 팀장의 지시와 압박을 통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직장에서 부조리한 관습에 일개 직원이 반발하기는 쉽지 않다. 또 항의를 해도 강요가 있었던 점을 볼 때 '갑질'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무상 적정범위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흔히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하지만, 지나친 금액으로 회식비를 모두 내라고 강제하는 것은 법원 및 노동부가 얘기하는 '사회통념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소 노무법인 HRS 대표 공인노무사는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를 개진해서 그런 문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 팀장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구조적인 갑질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따르지 않을 때 어떤 말을 듣게 되는지, 압박은 어느 정도인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승진턱은) 업무상 필요성도 인정되기 어렵고 피해 결과만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도 "일부 업종이나 회사에서 관행적으로 남아 있는 부당한 문제인데, 당사자에게 강요처럼 행사되기 때문에 포괄적으론 괴롭힘의 내용으로 볼 수 있다"며 "1회성이라고 해도 잘못된 관습이 당사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다면 괴롭힘이 맞다"고 말했다.

팀장이 요구하는 승진턱 액수 자체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앞서 제시한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5만원~9만원대가 적정한 승진턱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A씨 사례엔 이를 훌쩍 넘는 금액대가 합의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규정됐다.

승진주, 진급주를 강요한 것과 관련해선 이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가이드라인'에서 음주를 강요하는 행위를 괴롭힘 예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말한 직원에게 음주를 강요하고 술자리에 남아있을 것을 요구한 행위가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느겼다면 불법행위란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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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턱' 20만원…관행일까, 직장 내 괴롭힘일까[직장인 완생]

기사등록 2026/01/24 09:00:00 최초수정 2026/01/24 0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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