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제주박물관 발간 기록물, 기증 자료 출처는 '오리무중'

기사등록 2026/01/23 09:01:18

최종수정 2026/01/23 10:52:25

공문서 등 필사 '제주부영사요람' 수집 경위 불명

수증심의위 결과도 취득 경위 검증 등 내용 부재

수증 절차 맹점…부적절한 '유산 세탁' 악용 우려

[제주=뉴시스] 국립제주박물관은 개인으로부터 기증 받은 '제주부영사요람'의 번역본을 최근 발간했다. 사진은 제주부영사요람 번역본 표지.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2026.01.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국립제주박물관은 개인으로부터 기증 받은 '제주부영사요람'의 번역본을 최근 발간했다. 사진은 제주부영사요람 번역본 표지.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2026.0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국립제주박물관이 발간한 자료집에서 기증 유물의 수집 출처와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사례가 확인됐다. 박물관에서 유물이나 유산을 수증하는 현행 제도와 절차에 허점을 보인 것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최근 유력 한학자가 2017년에 기증한 기록물 '제주부영사요람'의 번역본을 발간했다.

제주부영사요람은 이병휘(1851~?)가 제주부관찰사로 부임한 1896년 음력 4월부터 12월까지 제주 관내 각급 기관과 개인에게 발급·반포한 행정문서 88건을 필사한 책이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제주 행정과 사회상을 보여주는 희귀 공문서와 기록물이 다수 포함돼 학술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44페이지 분량의 번역본 전반에는 기증 유물의 가치에 대한 해설과 내용이 적시돼있다. 반면 기증자가 개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문서와 자료를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립제주박물관이 기록 유산을 기증 받으면서 수집 출처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제주부영사요람은 2017년 국립제주박물관 수증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증됐다. 당시 규정에 따른 당연직 위원 3명이 참여해 제주부영사요람을 포함한 기증 유물 967점을 일괄 수증하기로 결정했지만, 심의서에는 연구·전시 활용 가능성 등이 기재됐을 뿐 취득 경위나 출처에 대한 검증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국립제주박물관 관계자는 20일 뉴시스 제주본부와의 통화에서 "규정상 유물 구입 시에는 소장 내력서 첨부가 의무지만 기증할 땐 아니다"라며 "수증 심의에서도 별도의 붙임자료를 통해 내력을 충분히 확인하지만, 심의서에는 이 내용이 담기지 않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증 관련 규정에 출처에 대한 부분이 명문화되지 않았더라도, 자료집을 발간하는 경우 다시 한번 출처를 정확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뉴시스] 제주부영사요람은 이병휘(1851~?)가 제주부관찰사로 부임한 1896년 음력 4월부터 12월까지 제주 관내 각급 기관과 개인에게 발급·반포한 행정문서 88건을 필사한 책이다. 사진은 제주부영사요람 원본 내지.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2026.01.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제주부영사요람은 이병휘(1851~?)가 제주부관찰사로 부임한 1896년 음력 4월부터 12월까지 제주 관내 각급 기관과 개인에게 발급·반포한 행정문서 88건을 필사한 책이다. 사진은 제주부영사요람 원본 내지.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2026.0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행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기증 유물 수증 여부를 각 박물관의 수증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취득 경위에 위법 소지가 있는 경우 통상 이 과정에서 소명이 이뤄진다.

국립제주박물관의 상위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품 관리 규정을 통해 출처나 소장 경위에 논란이 있는 경우 수증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 여부를 의무가 아닌 위원회 재량에 맡기고, 판단 기준도 추상적으로 규정해 출처 검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의 가치나 기증자 선의와는 별개로, 국립기관 발간물은 향후 연구자들이 참고하는 기준 자료가 되는 만큼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가 공신력을 획득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제도에 따라 출처 검증 여부를 심의위원 판단에만 맡기고 그 판단 과정조차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경우 이른바 '기증을 통한 세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도문화재위원을 역임한 한 역사학자는 "필사된 기록물일수록 출처는 더 중요해진다"며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자료는 내부 직원들끼리만 수증 심의를 하는 것보다는 관련 전문가와 함께 비교 검증 작업을 거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증 유물에 대한 출처 검증과 기록 의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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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립제주박물관 발간 기록물, 기증 자료 출처는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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