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이 책은 짐승의 나라를 배경으로 한 '전쟁과 평화'나 다름없다." (프랑스 물리학자 겸 과학철학자 에티엔느 클랭)
신간 '동물 사회의 전쟁'(사람in)은 순해 보이는 동물도 한순간 살벌하게 돌변할 수 있고, 사람들처럼 화해나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다. 프랑스 부르고뉴-프랑슈콩테대학교의 저명한 생태학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과학책 작가인 로이크 볼라슈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생동감 넘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동물들의 전쟁사를 들려준다.
저자는 동물의 전쟁을 총력전, 육탄전, 전격전 등 인간이 벌여온 다양한 전쟁과 연결 짓는다.
과격한 공격성과 매력적인 전술을 갖춘 약탈개미, 방어 중심 전략을 펼치는 평화주의자 병정 흰개미나 나무나 바위의 높은 곳에서 적을 감시하는 보초병 미어캣 등은 전쟁의 주역이다. 복부에서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방출하는 자폭 개미처럼, 동물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화학 폭탄에 비견되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한 무리 생활하는 개체의 삶은 외부의 침입 뿐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극한 경쟁에 시달린다는 의미에서 그야말로 전쟁 같은 삶이다. 무리 생활은 경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암컷들은 수동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암사자들은 자신들의 새끼들과 무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할 때마다 수컷 사자와 협력한다. 몇몇 종의 경우 암컷들이 효과적인 다른 성적 전략을 취하는데, 새끼들과 아비의 관계에 의문을 품게 하려고 여러 수컷과 교미한다. 암컷들은 아비가 누구인지 흔적을 없애, 자신의 새끼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을 안게 된 수컷이 섣불리 새끼 살해를 시도하지 못하게 한다. 암컷들은 짝짓기 상대를 늘리면서 수컷들을 군비 경쟁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59쪽, 2장 '암수 전쟁' 중)
하나의 무리 내에서는 흔히 서열이 가장 높은 개체나 서열이 가장 낮은 개체를 향해 공격성이 표출된다. 전자의 경우, 저자가 "혁명과 계승 전쟁이 벌어진다는 건 동물 세계가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기존 질서를 그리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160쪽)라고 단언한 것처럼, 동물 사회에서도 내란이 일어난다. 동맹을 맺어 우두머리를 꺾고 기존 체제를 뒤엎는 수컷 개코원숭이들은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 못지않은 배신자로 묘사된다.
그런데 동물은 폭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동물의 폭력 이전에 협력이 존재하며 화해를 하기도 한다.
특히 영장류 가운데 보노보는 평화의 상징이다. 보노보 수컷들과 암컷들은 침팬지들보다 더 자주 함께 지내며 친화적 상호작용을 한다. 점박이하이에나 무리에서 서열은 위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암컷들을 보호하며 무리 내 충돌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늑대들의 싸움에서 공격한 늑대와 피해 입은 늑대는 각자의 사회 지위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빈도로 화해하려고 한다.
저자는 전쟁이 과연 비인간적인 것인가 자문하고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폭력적인 행태를 꼬집는 한편, 평화를 위해 서열 체계를 이용하는 동물의 합리적인 행동 및 위로하고 화해하는 행동에 주목한다.
"많은 영장류가 평화로 돌아가는 행동을 보였고, 서열과 질서는 개체들의 흥분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인 해결책이었다."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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