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청 전경(사진=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해외출장 경비 부풀리기'로 조사받던 도의회 직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공직사회 내부에서 "도의원 해외 출장으로 애먼 직원들만 고통받는다"며 안타까움과 분노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경찰,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전날 도의회 모 상임위 소속 공무원 A씨가 해외출장 경비 부풀리기 사건 관련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숨지기 전날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원영통경찰서에 출석해 약 1시간30분간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까운 소식에 경기도의회에서는 비판과 분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찰 수사로 고통을 호소했던 공무원들의 어려움이 밖으로 분출되는 모양새다.
경기도 공직자 익명 커뮤니티 '와글와글'에 한 공직자는 "유명을 달리하신 분에 대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의회 내 존재하는 '당연한 듯 내려오는 부당한 업무지시' 문화와 이를 수긍하는 공직사회 모습을 자성할 때"라고 썼다.
해당 게시글에는 "의원들은 다 빠져나갔다고 하더라" "우리 의원님들은 오늘도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면서 공무원들한테 목줄 채우고 질질 끌고 다니고 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직원이 이렇게 수사로 고통받는 게 맞나. 제도 자체를 뜯어 고쳐야지 직원 개개인한테 이 고통을 전가하는 게 말이 되나. 당시 그 자리에서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이게 맞나. 지금 의회에서 수사받는 몇십 명의 직원이 고통받고 있다", "직원이 자기 주머니 챙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윗선 지시에 따랐을 건데 왜 혼자 책임을 다 떠안고 가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의회는 무엇을 했나. 지금도 사건이 조사 중이고, 직원들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데 의회는 왜 여태, 침묵하는가"라는 글도 이어졌다.
또다른 게시글에는 "고인이 된 직원은 여비를 은닉해서 개인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다. 공무국외 여비만으로 부족하니 경비를 채우려고 누군가 지시한 것이고, 그 지시에 따른 것이 죄라면 죄일 것이다. 누군가의 지시로 지출 결재만 올렸을 뿐인데 공문에 이름이 박힌 죄로 독박을 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비겁한 경기도의회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지방의회의 기형적인 행정구조, 그리고 힘 없는 실무자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 수사 관행이 결합해 빚어낸 명백한 '구조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시는 실무자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의원들의 갑질과 편법 행위를 근절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쇄신안을 즉각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도 전날 성명을 통해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말단 실무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던 저연차 직원이 외로운 조사 과정에서 감당했을 압박과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이름으로, 업무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사안임에도 그 부담은 온전히 개인에게 떠넘겨졌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이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거나 침묵으로 덮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홍성규 진보당 후보도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부정한 해외연수의 모든 책임 뒤집어쓴 공무원의 죽음,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 철저한 진상 규명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24년 전국 지방의회 국외 출장 실태조사를 벌여 일부 지방의회에서 여비 과다 청구, 공무 수행과 다른 예산 사용, 외유성 국외 출장 등이 있었다며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부터 경기도의회를 비롯한 도내 시군의회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현재 공무원 15명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입건된 도의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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