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야욕 트럼프…나토, 80년 동맹 종말?[트럼프2기 1년⑤]

기사등록 2026/01/18 06:00:00

美우선주의 트럼프, 나토관여 계속 축소

"그린란드 합병과 나토 중 택일" 발언도

러 견제에 美 필수…대응 고심하는 나토

[워싱턴=AP/뉴시스]미국 주도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1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6.01.18,
[워싱턴=AP/뉴시스]미국 주도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1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6.01.18,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국 주도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1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 미국 우선주의(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년간 유지돼온 집단방위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정책을 전환했다. 유럽 방위는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러시아 압박 공동전선에서 이탈했다.

대신 '중재국'을 자임하며 미러간 직접 대화를 시작했고, 러시아의 영토 할양 요구를 사실상 지지하며 나토와 갈등을 빚고 있다. 나토 각국 정상은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무수히 찾아갔으나 설득에 실패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했다.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의 나토 동맹국 공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유럽과 독일에서 수십년간 이어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패권 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이 점차 동맹에 등을 돌리며 스스로 주도해온 국제 규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작은 '나토 무임승차론'…유럽, 80년만에 재무장 시작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담론은 전 세계가 미국의 안보 보장에 '무임승차'해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나토에 대한 불만이 컸다.

2차대전 이후 유럽 각국은 나토와 유럽연합(EU)으로 묶여 군사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에 기대 경제 발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평화 배당금'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헤이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6.01.18.
[헤이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6.01.18.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나토 기여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경제 선진국인 유럽 방위를 미국이 대신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선 각국에 국방비 지출 증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나토는 1~2%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2035년까지 5%(직접 예산 3.5%+유관 예산 1.5%)로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줄이고 동유럽 주둔 미군 일부를 본토로 복귀시켰으며, 12월에는 2027년까지 나토의 재래식 방위체계(비핵 자산)를 유럽이 직접 구축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도 미국의 '무임승차론'을 인정하며 개선에 나섰다. 유럽은 재무장 구상 '준비태세2030'과 대규모 무기조달 계획 유럽안보행동(SAFE)을 띄우고 징병제를 부활시켜 80년 만의 국방력 강화를 시작했다.

아울러 러시아 접경 회원국들이 '오타와 조약(대인지뢰 금지 협약)'을 일제히 탈퇴하고, EU 회원국간 병력·장비 이동을 자율화하는 '군사 솅겐' 구상을 발표해 대(對)러시아 전쟁 준비도 해나가고 있다.

그린란드 야욕에 동맹 균열 현실화…"그린란드-나토 택일할 수도"

문제는 미국이 비용 전가를 넘어 나토 동맹에서 이탈할 가능성까지 내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장악 야망을 노골화하면서 나토는 실제로 분열하기 시작했다.

2025 미국 국가안보전략(NSS)는 미국의 최우선 안보 이익이 서반구에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그린란드 확보는 나토 동맹보다 앞서는 가치다. 양자가 충돌하면 나토가 뒤로 밀릴 수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의 아내이자 극우 성향 팟캐스터 케이티 밀러가 지난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성조기가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올려 덴마크가 반발했다. (사진 출처: 케이티 밀러 엑스) 2025.01.1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副)비서실장의 아내이자 극우 성향 팟캐스터 케이티 밀러가 지난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성조기가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올려 덴마크가 반발했다. (사진 출처: 케이티 밀러 엑스) 2025.01.18.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이것(완전 편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그린란드 합병과 나토 유지 중 택일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일부이자 나토 영역이며, 나토 틀 안에서 방위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편입 압박에 "어떤 경우에도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론 지형상 주민투표 가결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사력 투입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덴마크는 그린란드 병력 증강 계획을 발표했고, 독일·영국·프랑스·핀란드·네덜란드 등 나토 주요국도 소규모 병력을 그린란드에 주둔시키기로 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국방 담당 집행위원은 "무력 점령은 곧 나토의 종말을 의미하며, 북대서양 관계에 매우 깊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 필요한 나토, 정면대응 피해…"NSS, 동맹 종말 예고" 해석도

다만 미국을 동맹 안에 붙들어둬야 하는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 정면 대응을 피하는 기류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그린란드 압박에도 침묵을 이어가다가 "나토는 전혀 위기에 처해있지 않다"며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언론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집단방위 공약인 워싱턴조약 5조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미국은 나토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었다.

나토는 러시아가 2027년께 유럽을 전면 침공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멈추지 않고 동유럽 세력권 탈환 시도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자체 방위력 증강에 나서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유럽 집단방위 공약 유지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16.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16.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2025 NSS는 '유럽 엘리트'가 전략적 안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유럽은 과도하게 규제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이민 문제로 문명적 소멸을 겪고 있다"고 적시했다.

NSS는 미국의 서반구 패권을 강조하면서 "크고 강한 국가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관계의 영원한 진실"이라고도 했는데, 나토는 이것이 러시아의 동유럽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NSS는 동맹 종말 예고일 수도 있다"며 "러시아 위협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을 분명해졌다. 유럽은 방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더 이상 나토 확장은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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