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준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박서준(37·박용규)의 JTBC '경도를 기다리며' 인터뷰는 의외였다. 보통 영화·OTT는 인터뷰가 홍보 활동에 포함돼 있지만, 드라마는 종방 후 본인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편이다. 흥행해도 스케줄이 바쁘면 인터뷰하지 않고, 시청률이 안 나오면 더더욱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이후 7년 만의 로맨스물 복귀였는데, 경도를 기다리며는 1회 시청률 2.7%로 출발, 12회 4.7%로 막을 내렸다. 아쉬움이 클 법도 한데, 직접 인터뷰를 요청 할 정도로 애착이 남달라 보였다.
"작년 한 해 경도를 기다리며로 꽉 채웠는데, 세상에는 다른 형태의 사랑이 있다. 그 중 순애보, 인물의 서사를 다룬 작품을 깊이있게 표현해 좋은 시간이었다.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시청률이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작업하는 입장에선 많은 분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시청률은 가장 표면적인 지표니까. 그래도 분명히 볼 분들은 본다고 생각,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남았으면 한다."
이 드라마는 '이경도'(박서준)와 '서지우'(지안)가 스무 살, 스물여덟 두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 후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킹더랜드'(2023) 임현욱 PD와 '서른, 아홉'(2022) 유영아 작가가 만들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후 로코·멜로물은 거절해왔는데, "그때는 그런 작품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는 게 하나의 목표"라며 "경도를 기다리며 극본을 봤을 때 18년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 내 나이에 표현하기에 적절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감정신을 보면 내가 한 건데도 눈물이 나더라. 그 순간의 감정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연령대, 상황별 감정신이 많아서 상황에 맞는 말투, 목소리가 중요했다. 예전에는 큼지막한 감정신이 세신 정도였는데, 이번엔 많아서 부담을 느꼈다. 어느 정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예전엔 '감정을 소모한다'고 생각, '비워낼 때까지 잘 버티자'였다. 이번엔 '감정을 소비한다'고 생각, '감정을 잘 소비하고 잘 채워보자' 싶었다. 그 신을 찍고 나서 열심히 채우고 또 다음 신을 맞이할 때 부담이 안 되더라. 오히려 빨리 찍고 싶고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예전엔 많이 부담됐다면, 지금은 시처럼 잘 읊고 싶었다."
'이태원 클라쓰'(2020) 흥행 후 '더 마블스'(2023)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1·2(2023~2023)까지 대작에서 활약했다. 박서준표 로코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은데, 이번엔 멜로에 가까웠고 힘을 많이 뺐다. "내가 봐도 느낌이 좀 다르다. 세월의 흐름인지는 모르겠다. 좀 더 깊어진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나라는 인간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평가를 받는 것 보다, 도전하는 게 좀 더 즐겁다. 그간 해온 게 내 인생에 의미있고, 경도도 이 시기에 딱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사가 마음에 들었고 깊이있게 표현한다면 시청자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돌아봤다.

대학생 시절 서툴고 풋풋한 첫사랑, 스물여덟 재회의 애틋함, 10년 후 깊고 조심스러운 사랑까지 표현했다. 3회에서 경도가 지우에게 돈가스를 사주며 우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돈가스신을 보고 거의 (출연을) 결정했다.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은 있을 것"이라며 "스무살 때는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자격지심이라기보다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음에 본인이 무거워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라도 더 잘해주고 싶은데 내 상황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상황을 접하면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그 신이 많이 공감 돼 극본을 더 깊이있게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나의 20대는 요즘 많이 쓰는 말로 되게 내향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그랬고 말수가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생각하면서 얘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침묵이 주는 무게감도 있다. 내가 침묵하려고 침묵한 게 아니고, 말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런 진중함이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일 수 있게 한 것 같다. 이제 서른 여덟인데 지금의 내가 스무살을 표현하다 보니 아무래도 성숙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나의 스무살을 돌아보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조 블랙의 사랑'(1998)을 참조, 경도 의상을 만들었다. "처음에 캐릭터 분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게 외적인 부분이다. 경도는 한결 같음이 가장 중요, 옷의 핏이 바뀌지 않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 수트 네 벌을 제작했는데, 조블랙의 사랑에서 이미지 소스를 얻었다. 이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브래드 피트 느낌을 경도가 입으면, 조금 옛날 느낌이 날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연예부기자 역이라서 꺼려지지는 않았을까. "그런 건 없었다.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웃었다. "반대로 기자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며 "당연히 직업이니까 중요한데, 경도라는 인물이 더 중요했다. 감독님이 기자 출신이라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았고, 인터뷰하면서 경험한 것도 많이 생각나고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욕설 등 날 것 같은 표현도 많았는데, "나도 번아웃이 온 시기가 있었다. 1년을 좀 고생했고, 그때 술을 많이 마셨다. 경도가 지우한테 하는 대사가 나한테 하는 대사 같아서 많이 공감됐다"고 짚었다. "그때는 술로 많이 달랬고, 무거운 게 내려가는 것 같았다. 경도가 알코올홀릭이 왔는데, '힘드니까 그랬겠지'라며 공감됐다. '답답해서 마셨어.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어떻게 해도 안 돼서 마셨어'라는 대사가 공감되더라.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한 거니까.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주인공 캐스팅이 늦게 결정됐다. 임 PD 역시 지우 캐스팅을 고민했다고 밝혔는데, 박서준은 "난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나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원지안씨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해 궁금했다. 나이 차를 걱정했는데, 처음에 딱 만났을 때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고 현재의 지우를 잘 표현할 것 같았다. 감독님 선택을 당연히 믿었다. 작품을 같이 하는 건 인연인데, 이렇게 만난 게 좋은 인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둘 분량이 대부분이라서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충분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부연했다.
원지안(26·김인선)은 첫 미니시리즈 주연이라서 힘든 점이 많았을텐데, 박서준이 이끌어주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도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도 처음에 긴 호흡을 했을 때 되게 힘들었고, 다음날 촬영이 엄두가 안 날 때도 있었다. 잘 해야 되니까. 버티는 법을 많이 얘기했다. 몇 개월을 찍다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잘 안 될 때도 평균치 이상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 대화를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이 '남매처럼 닮아 보인다'는 반응도 많았다. "나도 처음에 몰랐는데 감독님이 편집하면서 '케미가 정말 좋다'고 하더라. 그때 아직 모니터를 하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내가 봐도 잘 어울리게 나오더라. 이런 장르는 케미가 중요하다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고 했다.
엔딩은 호불호가 갈렸다. 11회에서 동아리 선배 '차우식'(강기둥)이 갑작스럽게 사망, 경도는 해외에서 급히 귀국해 지우와 다시 만났다. '두 사람 재회를 위해 우식이 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는데,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작가님이 회수를 많이 했다. 12회까지 다 보고 난 다음에 1회를 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회 마지막에 '장례식때나 보자'라고 하는데, 조금 해소된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갑작스럽게, 예고하지 않고 찾아오니까. 경도와 지우에게 주는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봐라. 기다려주지 않는다. 좀 더 솔직해져라'이다"라고 했다.
차기작은 누아르 장르가 될 전망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 '내가 죄인이오'를 검토 중이다. "데뷔 후 쉬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연기하는 건 재미있지만 내가 없는 느낌이 있더라. 계속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상대하고, 기계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꾸 나한테 '이거 진짜 재미있어서 하는 게 맞나' '계속 할 수 있는 일 맞을까' 묻고, 마음이 불편했다. 내 나이에 맞는 걸 계속 해왔다. 한동안 '청춘'을 수식어로 많이 달아줬는데, 그 시기엔 그게 맞았고 곧 40대니까 그 나이에 맞는 선택을 해야 되지 않을까. 지금보다 어렸을 때 누아르를 하면, 어려 보일 것 같아서 못한 것도 있다. 이제 조금씩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앞으로도 나이에 맞는 선택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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