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입니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백지 앞에서 움츠러드는 당신에게 철학이 건네는 질문이다.
신간 '글쓰기를 철학하다'(지음미디어)는 문장 너머의 나와 세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글쓰기 안내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철학자와 작가들의 글은 무엇이 다를까. 우리가 사랑한 건 그들이 쓴 촌철살인의 한 문장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방식 그 자체다. 좋은 문장은 기교가 아니라, 철학에서 비롯된다.
평생 철학을 탐구하고 글과 함께 살아온 작가 이남훈은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철학자의 글쓰기론을 전한다.
니체, 사르트르, 미셸 푸코, 하이데거, 프로스트, 카프카, 비트겐슈타인 등 철학자와 대문호에게서 얻는 글쓰기의 철학은 글을 넘어 내 삶까지 채우는 힘이 있다.
흔히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무조건 많이 쓰기'나 필사를 권하는데, 저자는 이보다 우선하는 것이 자신만의 글쓰기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은 무수한 도전 속에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5쪽)
"창작에도 마찬가지로 파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때 파괴의 대상은 바로 글을 쓰는 그 자신이다. 기존에 자신이 하던 생각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처음에야 몇 번 정도 쓸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고인 물에 갇힌 신세가 되고, 지속 가능한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반드시 일상적 자기 파괴의 과정을 병행해야 한다." (22쪽)
철학이라고 하면 이름난 작가들만이 가질 법하다고 생각해 겁을 먹을 수 있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을 세울 수 있다. 글쓰기의 철학을 넘어 삶의 철학까지 돌아볼 때, 우리를 흔드는 불안과 일상의 소음은 옅어진다.
이 책은 철학의 전체 개념을 다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오랜 시간 철학을 깊게 탐구하고 평생 글을 써온 이남훈 작가가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철학을 엄선해서 쉽게 풀었다. 자기 안의 불안을 직면하고, 세계를 해석하며, 타인과 소통하려는 모든 글 쓰는 사람들에게 철학의 힘으로 써 내려가는 법을 말하는 것.
"나 역시 그럴 때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한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은 글쓰기를 통해서 나의 실존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계속해서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있는 심정과 같다. 바람 없는 평화로운 바닷가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낭만도 느껴보면 좋으련만, 글을 쓰는 삶은 계속되는 실존의 변화와 그로 인한 불안이 미열처럼 이어진다." (62쪽)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왜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가? 글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다지도 우리를 기쁘고 슬프게 하는가? 이 책은 그 본질적인 질문에 철학이라는 나침반을 내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