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 5일 별세 애도 쏟아져
연예계 너머 사회 전 분야에서 추모 행렬
중학교 짝꿍 조용필 "잘가라, 편히 쉬어"
40년 파트너 박중훈 눈물 "너무 슬프다"
이재명 대통령 "선생의 삶에 경의 표해"
후배 연예인들 소셜미디어로 추모 이어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에 일반인 추모 공간

[서울=뉴시스] 손정빈 신지아 인턴 기자 = 중학교를 함께 다닌 짝꿍이었던 국민가수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40년 간 함께한 영화 파트너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와 영화 13편을 함께 만든 감독은 "당분간 이런 배우는 나오기 힘들다"고 했다. 대통령도 그의 삶에 경의를 표했다.
국민배우 안성기(74)가 5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부고 소식이 나온 직후 연예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종교 등 국내 각계·각층에서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표현 방법은 제각각이었지만 내용은 한 가지였다. "한국영화의 역사였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격을 가진 사람."
◇평생 친구도, 40년 파트너도, 대통령도
경동중학교 동기동창이고, 3학년 땐 짝꿍이기도 했던 가수 조용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친구를 찾았다. 그는 안성기를 "참 좋은 친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가라. 가서 편히 쉬어라. 성기야 또 만나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중학생 때 내내 같이 붙어다녔고, 함께 등하교했다. 영정사진 속 안성기를 본 조용필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도 했다.
영화 '칠수와 만수'(1988) '투캅스'(1992)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 스타'(2006) 등 영화 4편에서 함께한 영혼의 파트너 박중훈은 결국 눈물을 쏟았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40년 간 선배님과 함께 영화를 찍은 건 행운이었다. 함께하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슬픈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애도 메시지를 내고 "화려함보다 겸손을, 경쟁보다 품격을 보여주신 선생님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벌써 그립다"고 말했다.

◇영화계 침통 "이런 배우 또 안 나와"
영화인들은 한목소리로 고인을 애도했다. '고래사냥'(1984)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영화 13편을 안성기와 함께한 배창호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인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애석하다"며 "공동장례위원장으로서 안성기와 안성기 영화를 사랑해준 관객분들께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이런 배우는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우수에 찬 선량한 눈빛, 어떤 역할을 해도 인간애가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라디오 스타'(2006)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그분을 뵐 때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분의 진심을 항상 느꼈다. 그걸 말로 설명한다는 게 더 어렵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같이 일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나눈 그분의 아름다운 마음이, 진심으로 후배들에게 전해져 있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선배"라고 했다. 안성기가 성인 연기자로 첫 발을 디딘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을 연출한 이장호 감독은 안성기를 "굉장히 어질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평소에 안성기를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로 이사장인 안성기와 함께 일한 배우 박상원은 빈소가 차려진 직후 조문한 뒤 "너무 존경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안성기와 같은 소속사인 배우 이정재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고, 영화 '태백산맥'(1994)에서 함께한 배우 신현준은 아내와 함께 조문했다. 또 이덕화·김동현 등 동년배 스타 배우들도 차례로 안성기와 작별 인사를 했다.
연예계 후배들은 각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성기를 추모했다. 이시언·윤종신·배철수·한지일·고현정·정보석·김선아·김혜수·고경표도 SNS에서 애도 메시지를 냈다.

◇종교·사회 등 전 분야에서 애도 메시지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던 안성기를 추모하기 위해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도 메시지를 내놨다. 정 대주교는 "오랜 세월 국민배우로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해 온 안성기 사도 요한 배우의 선종 소식을 접하며 큰 슬픔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그의 작품 속 진정성 있는 모습은 세대와 시대를 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우리 사회에 밝은 빛이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
안성기가 친선대사를 하기도 했던 유니세프도 애도했다. 유니세프는 "우리에게는 인자한 미소의 국민배우였고, 전 세계 어린이에게는 든든한 희망의 버팀목이었던 안성기 친선대사님. 어린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지구촌 구석구석 달려가 어린이들의 손을 맞잡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배우의 삶만큼이나 어린이를 지키는 일에 일생을 바치셨으며, 그 존재 자체로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어 주셨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시대의 거목" "그 자체로 영화사"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안성기를 추모했다.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안성기 자체가 영화사"라며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고인은 우리나라 영화계 최고 스타이면서 인품과 인격을 갖춘 분이었다"고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안성기를 국회의원으로 영입하려 했으나 안성기가 "영화배우로 국민께 봉사하겠다"며 거절한 일화를 전하며 그를 애도했다. 박 의원은 "DJ는 고인을 영입 공천하자며 평소 교분이 있는 제게 지시해 여의도 맨하탄 호텔 커피숍에서 약속(을 잡았다)"며 "(그런데) 안 선생은 DJ를 존경하고 따르지만, 자기는 영화배우로 국민께 봉사하겠다고 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김 대통령은 "내 생각이 짧았어. 안성기씨는 배우로 국민께 봉사하는 것이 옳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김대중, 안성기는 이 시대의 거목이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스크린에서 가장 빛났던 별, 안성기 배우님의 별세를 깊이 애도한다. 연기를 통해 우리에게 웃음과 희망, 위로를 전해준 진정한 국민배우였다"고 했다. 또 "한국영화의 한 시대를 묵묵히 지켜주신 배우"라며 "그의 연기와 품격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했다.

◇서울영화센터 일반인 추모 공간도
시민들이 안성기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엔 이날 오후 4시부터 오는 8일 오후 6시까지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안성기는 지난 12월30일 심정지 상태로 순천향대학교병원으로 후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다가 입원 엿새만인 이날 오전 9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계속 치료해왔으나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장례는신영균문화예술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신영균·배창호 감독이, 공동장례위원장은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4명이 맡는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이며, 발인은 9일 오전이다. 발인에 앞서 오전 6시에 추모미사가, 오전 7시엔 영결식이 진행된다. 추도사는 공동장례위원장인 배 감독이 한다. 장지는 양평별그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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