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화폐가 부족하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돌아갈까. 부는 어떤 심리에서 생겨날까. 국가의 돈은 왜 늘 모자랄까.
오늘의 경제학 수업에서 나오는 질문처럼 들리지만, 조선의 선비들이 이미 수백 년 전에 캐물었던 물음들이다. 전쟁과 흉년, 교역 확대, 신분 갈등이 뒤엉키던 순간마다 그들은 놀랄 만큼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신간 '경제를 궁리한 조선의 선비들'(믹스커피)는 조선 시대 경제의 '진짜 얼굴'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지역마다 성격이 달랐던 장터의 움직임, 늘 부족했던 화폐를 어떻게 '돌려 막을 것인가'라는 국가적 고민, 그리고 제도와 기술, 시장과 국가의 경계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다.
조선사회 역시 양극과, 저성장, 기술 변화, 노동 이동,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갈등에 직면해 있었다. 선비들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제도의 뼈대를 흔들었고, 경제활력을 찾기 위해 시장과 국가의 경계를 다시 그렸으며, 신기술이 낳을 미래를 예측하려했다.
"그는(정도전) 세력이 강한 사람이 땅을 겸병해 차지하는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다 보니, 땅 부자는 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더 많은 땅을 사들여 더욱 부유해지고 부자에게 땅을 조금씩 팔아 치우는 빈자는 더욱 가난해진다고 썼다. 또한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땅 주인에게 추수한 곡식의 절반을 줘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서술했다. 그 외에도 정도전은 땅을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일으키는 두 가지 문제를 추가로 지적했다." (1장 ' 선 시장질서를 흔든 혁신의 설계자: 정도전' 중)
이지함은 직접 장사를 하며 경제 실험을 했고, 박제가는 해외 정보를 토대로 조선의 미래를 상상했다. 정약용은 제도와 기술을 결합한 종합 설계도를 그렸고, 유수원은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먼저 간파했다.
이 책은 단순히 옛날 이야기처럼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조선 선비들의 고민을 오늘의 풍경 위에 겹쳐 놓으며, 결국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비슷한 고민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일깨운다.
"대기업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간접적 방법으로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주장도 '우서'에 실려 있다. (중략) 요즘 식으로는 유동성 부족 문제가 발생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전부 부동산에 돈을 투자했다고 해 보자. 곧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수원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준을 정해 돈을 계속 찍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엄한 기준을 정해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5장 '조선 경제의 판을 키운 규모혁신의 실천가: 유수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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