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집권 등 민주주의 보다 현 정권 압박해 석유 이권 챙기는 것 우선
“미 서반구 장악 시도, 중·러에 자신들 영향권에서 같은 행동 부추길 것”
집권 세력 적대적인 마차도 집권시 통치 불능과 혼란 초래될 위험도 우려
![[카라카스=AP/뉴시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이 3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집무실을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5.01.05.](https://img1.newsis.com/2026/01/04/NISI20260104_0000894257_web.jpg?rnd=20260104030705)
[카라카스=AP/뉴시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이 3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집무실을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5.01.0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이 전격적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넬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관리할 지가 관심인 가운데 차츰 구상이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확고한 결심’ 작전이 끝난 직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면서 ‘무기한 베네수엘라를 지배(run)’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4일 트럼프의 ‘지배’ 발언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며 베네수엘라의 새 지도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석유 수출에 대한 ‘군사적 격리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지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당시 바그다드에 설치했던 것과 같은 미군 점령 기구 설립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수감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측근들이 운영하는 정부를 압박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CBS 뉴스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국영 석유 산업을 외국인 투자에 개방하고 (미국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다른 변화를 단행할 때까지 미군이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는 미국 국익을 증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될 막대한 영향력”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NBC 뉴스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지배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CBS 방송에서도 카리브해의 해군 병력은 사실상의 봉쇄를 유지하기 위해 남아 있을 것이며 목적은 베네수엘라 정권의 수입원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베네수엘라에 미군을 추가로 파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같은 압박속에 베네수엘라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고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은 3일 뉴욕 브루클린 구금 시설로 이송된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송환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애틀랜틱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두로의 대통직을 승계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 대해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마두로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축출 이후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언급하고 선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통상 부패한 지도자를 축출한 후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로의 권력 승계를 지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은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된 것을 선거 조작에 의한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지난 선거의 결과를 뒤집거나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방법 등을 제시하는 것이 자연스런 과정이다.
하지만 정작 마두로가 축출된 후에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 등은 ‘포스트 마두로’ 구상에서 이같은 정치 개혁이나 민주주의의 복원 등에 대한 언급은 없고 석유 이권만이 강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에서 그랬던 것처럼 루비오 장관도 4일 인터뷰에서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석유라고 다시 강조했다.
루비오는 CBS 뉴스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통제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석유 산업에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해당 산업을 다시 살릴 능력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그들은 특정 보장과 조건 하에서만 투자할 민간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와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무력 외교를 노골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자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널리 비판받아온 19세기 미국의 서반구 제국주의 정책을 수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버지니아)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 지배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 년간 기울여온 노력이 이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서반구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자신들이 영향력권으로 인식하는 지역에서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그는 “전 세계의 적대 세력들이 동일한 논리로 더욱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NBC 방송에서 “서반구가 미국의 적, 경쟁자, 라이벌의 작전 기지가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 주요 야당 인사들의 지도력을 왜 지지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 는 답변을 피했다.
지난해 마차도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지지하는 공식 서한에 서명하는 등 야당 지도자들과 소통해 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1월 국무장관 취임 후 2024년 선거에서 진정한 승자는 마두로가 아닌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정당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경제정책연구센터 선임 연구원이자 덴버대 교수는 3일자 포린 어페어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루비오의 방향 선회에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마두로 지지 세력이 아직 건재하고 쉽게 직접 통치하려고 했다가 내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마차도 등 야당은 이같은 반군 세력 등의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야당보다 현 정부와 협력해 석유 이권 등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마차도와 측근들은 베네수엘라 군과 정치 지도부 거의 전원을 투옥해야 한다고 주장해 마차도가 집권하면 통치 불능과 혼란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도 마차도의 집권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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