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헬스장 잣대로 OTT 규율 한계…'디지털 구독' 법 체계 검토

기사등록 2026/01/02 10:29:10

최종수정 2026/01/02 10:34:24

방문판매법, '기간별 제공 서비스 제한' 상정

디지털 구독, 기간 내 무제한 서비스 접근권

잔여기간 환불 의무화시 '체리피킹' 가능성

"디지털 특수성 반영 별도법 제정 검토 필요"

[AP/뉴시스]넷플릭스와 유튜브 앱 아이콘.
[AP/뉴시스]넷플릭스와 유튜브 앱 아이콘.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영상서비스(OTT)나 음원플랫폼 등 디지털 구독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법 체계 도입에 나선다.

신문 구독이나 헬스장 이용 등에 적용되는 기존 방문판매법 체계로 규율해 온 방식이 온라인 플랫폼 현실과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2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발간한 구독경제와 소비자 이슈 정책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디지털 구독서비스가 방문판매법상 계속거래에 해당하면서도, 실제 거래 구조는 해당 법이 전제한 형태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는 신문·우유 배달이나 헬스장 이용권처럼 단위 기간별로 서비스 제공 횟수가 제한된 전통적 개념의 구독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기 때문이다.

OTT·음원 스트리밍·클라우드·소프트웨어 구독은 이용량과 무관하게 일정 기간 접근권을 부여하는 구조로, 중도해지 시 잔여기간의 가치를 산정해 환불하는 방문판매법의 틀을 적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하루 한 번 이용하든 하루 종일 이용하든 동일한 요금이 부과되는 서비스에서 '남은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장 자주 이용한 OTT는 유튜브로 다음은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순으로 집계됐다. (사진=KISD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장 자주 이용한 OTT는 유튜브로 다음은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순으로 집계됐다. (사진=KISD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에서도 디지털 구독의 중도해지에 따른 환불에 대한 판단이 나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디지털콘텐츠 및 서비스에 특화된 디지털지침(2019/770)을 통해 해지와 잔여기간에 대한 환불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해지는 가능하지만 잔여기간에 대한 환불은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관련 법이나 제도가 별도 제정되지 않아 약관 등 계약 내용에 의해 정해지는데, 잔여기간에 대한 환불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우리나라의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드러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OTT·음원·온라인 쇼핑몰 구독서비스 사업자들이 중도해지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이 소비자의 해지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의했다.

일반해지는 해지 신청을 하더라도 일단은 계약이 유지되고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다가 이용기간 만료 시점에 해지돼 이미 결제한 이용금액은 환급되지 않는 해지 유형이다.

반면 중도해지는 해지 신청 즉시 계약이 해지돼 이용이 종료되며 이미 결제한 이용금액 중 위약금 등 일정액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환급되는 해지 유형이다.

검토 결과 중도해지와 일반해지 중 어느 방식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심의를 종료했다.

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이전에, 기존 법체계로는 판단 기준 자체를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사례로 해석된다.

[서울=뉴시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디지털 콘텐츠 혜택에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을 추가했다. (사진=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디지털 콘텐츠 혜택에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을 추가했다. (사진=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공정위는 보고서를 통해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 개념은 2000년대 초 도입된 규정으로, 디지털 구독서비스까지 동일하게 규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짚었다.

다만 디지털 구독서비스에 중도해지와 남은 기간에 비례한 환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이용자들이 단시간 내에 서비스 내 컨텐츠를 소비한 뒤 구독을 해지하는 '체리피킹' 행위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면서도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독서비스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현실에서 해지와 청약철회 등에 대한 규정이 방문판매법과 전자상거래법에 혼재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공정위는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 개념은 전통적 형태의 구독서비스를 상정해 도입됐으므로 OTT나 클라우드 같이 이용 기간 내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디지털 구독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구독서비스의 특수성을 반영해 전자상거래법 내 계속거래 관련 규정을 신설하거나 별도 단행법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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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헬스장 잣대로 OTT 규율 한계…'디지털 구독' 법 체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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