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7개 시군 민생지원금 지급…기금 털고 지방채도
"이웃 지자체 인구 빼앗기 경쟁일뿐…정책목적 변질"

[옥천=뉴시스]연종영 기자 = 아홉 번째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현금성 복지사업이 충북 지자체에 들불처럼 번졌다.
기본소득 정책은 인구 위기에 처한 지자체에 지원할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재정 열악한 지자체간의 출혈경쟁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30일 충북 11개 시군 상황을 종합하면 소비증진 명목의 민생안정지원금(1인당 10만~60만원)을 모든 주민에게 지급했거나, 내년 상반기에 지급하기로 한 지자체는 7곳(제천시·증평군·괴산군·음성군·단양군·보은군·영동군)이다.
내년 3월부터 기본소득을 매월 15만원(연간 180만원)씩 2년간(2026~2027년) 지급할 옥천군까지 포함하면 현금성 복지 카드를 꺼내든 지자체는 8개 시군이다.
올해 상반기 제천시·음성군·증평군이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할 때만 해도 경기부양 목적이 더 강해 보였다.
하지만 옥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확정된 시기(12월 초) 전후에 민생지원금 지급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단양·괴산·보은·영동군의 목적은 다르다.
옥천군으로 쏠리는 인구 유출을 막고, 지방선거 표심도 잡는 다목적 포석이었다.
인구 통계는 예측대로 흐르고 있다. 한때 4만8000명까지 줄었던 옥천군 주민등록 인구는 기본소득 특수 덕분에 빠른 속도로 5만 명을 회복하게 됐다.
12월 1일 이후 26일까지 옥천군에 전입한 주민은 1304명이다. 하루 50~60명씩 대전·세종·보은·영동 등지에서 주민등록을 옮기고 있다. 어느새 옥천군 인구는 4만9433명이 됐다.
2022년 2월 심리적 마지노선 5만명이 붕괴(4만9959명)된 후 5년간 감소세였던 옥천군 인구는 이르면 2026년 1월 9~10일쯤 5만명으로 반등할 기세다.
기본소득을 풀거나 민생안정지원금을 풍족하게 지급하는 지자체엔 인구가 몰리고 현금복지를 못하는 지자체 인구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결과는 '인구의 이동'일 뿐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 재정 건전성도 간과할 수 없는 포인트다. 재정자립도는 바닥권인데도 인구 유출을 막고 지방선거 표심도 관리해야 하니 곳간을 열 수밖에 없어서다.
현금성 복지 카드를 쓰겠다고 결심한 충북의 일부 지자체는 재정안정화계정을 털거나 지방채 발행까지 검토 중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안전장치다.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치거나 목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쓰려고 평상시 축적해 놓는 재원이고, 지방채는 말 그대로 빚이다.
남부권의 한 지방의원은 "기본소득과 민생안정지원금은 제로섬 게임의 수단일 뿐"이라고 했고, 중부지역 현직 단체장은 "한정된 재원 속에서 거액을 준비하려면 유사한 복지사업을 축소·폐지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조삼모사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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