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십시오" 무안공항 활주로에 울려퍼진 영원한 작별인사

기사등록 2025/12/29 16:32:51

최종수정 2025/12/29 18:14:24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 로컬라이저 주변서 희생자 추모식

12월 생일 희생자 위한 케이크 마련·편지함 불태우는 의식도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주변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향해 쓴 편지를 불태우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주변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향해 쓴 편지를 불태우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29.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이영주 기자 =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19활주로 종단.

소중한 가족들을 앗아간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 앞에서 유가족들은 이날도 준비되지 않은 영원한 작별인사를 이어갔다.

벌써 수차례 로컬라이저를 찾아 주변을 맴돌며 그리움과 원망을 토해냈지만 이 날 만큼은 유독 가족의 빈자리가 사무치면서 발걸음이 쉽게 떼지지 않았다.

로컬라이저 앞에 선 유가족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거친 콘크리트 덩어리를 쳐다봤다.

현장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여객기 잔해는 말끔히 치워졌지만 부서진 둔덕은 참사의 상흔이 돼 흉물처럼 고스란히 남았다.

주황색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심어진 채 파손된 콘크리트 상판은 생선 가시같은 앙상한 철근을 드러낸 채 텅 빈 활주로를 지키고 있었다.

제자리 걸음인 참사 진상규명처럼 콘크리트 덩어리는 무너지지도, 풍화되지도 않은 채 그 자릴 지키고 있으면서 유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주변에서 한 참사 유가족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2025.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주변에서 한 참사 유가족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2025.12.29. [email protected]


유가족들은 이날 로컬라이저 앞에서 12월이 생일이었던 희생자들을 기리며 구슬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생일 케이크를 챙겨와 촛불을 켰지만 표정에는 수심이 한가득했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축하'라는 말을 내뱉는 유가족들은 입술과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고인을 그리워했다.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한 데 불태우는 의식도 치렀다. 편지함을 불태우며 함께 진행한 헌화 과정에서는 한 유족이 응어리를 씻어내듯 하늘을 향해 '안녕히 가십시오'라며 세 번 소리쳤다.

귀국의 기쁨, 그리운 가족과의 재회에 부푼 기대감으로 가득찼어야 했을 활주로에는 이날도 유족들의 오열과 통곡만이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몰아치고 또 흩어졌다.

앞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7C2216편)는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비상착륙 도중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LLZ) 안테나 콘크리트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이번 참사는 1993년 7월26일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44명 부상)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2025.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2025.12.29.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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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십시오" 무안공항 활주로에 울려퍼진 영원한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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