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마지막 순간마저 축복이었다…'아흔에 바라본 삶'

기사등록 2025/12/29 14:14:2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넘어지는 사람을 보면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내 삶의 철학이다. 지금도 나는 이렇게 말한다.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누고, 길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그리고 그가 스스로 큰 꿈을 품고,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격려해주라고. 또한 조직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다." (본문 중)

생을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되묻는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 신간 '아흔에 바라본 삶'(인플루엔셜)은 그가 뇌졸중 투병 중 병상에서 남긴 유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차분히 돌아본 기록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대한 열정과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은 저자는 인생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들에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답을 건넨다.

"묘지를 거닐다가 나는 손주들에게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지 않니? 자, 보렴. 너희 할머니는 이렇게 설강화에 둘러싸여 편히 잠들어 있지. 할머니에게는 친구들이 정말 소중했거든. 그리고 물과 거름을 지속적으로 주며 보살펴야 꽃이 건강하게 자라듯, 할머니는 친구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주며 아껴줘야 한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지금 할머니는 이렇게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거란다.' 아내가 내게 해준 가장 큰 찬사는 바로 이 말이다. '당신은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정말 대단한 명예이자 진정한 성공이었다." (75-76쪽, '1장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 중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랑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때보다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사랑의 보답은 운이 좋을 때만 얻는 것일 뿐, 그 자체가 행복의 본질은 아니다. 또한 우리가 일에 대해 힘겨운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일이 행복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중략) 정성을 다해 노력을 쏟을 일이 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으며, 아득히 멀리 있다고 해도 희망을 품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행복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221~222쪽 '4장 지나온 시간이 가르쳐준 것' 중)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장인 5장 '인생과 죽음'은 찰스 핸디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두려움이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담담하게 기록해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는 '죽음'이라는 사건 앞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성찰하며, 햄릿의 말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죽음이 올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준비뿐이다"를 인용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나도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마쳤다. 해가 되는 일보다는 좋은 일을 더 많이 했기를 바란다. (중략)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풍경에게 작별을 고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한 모금 맛봤다. 그리고 지금은 침대에 누워 조용히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 (279쪽)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Thinker 50)' 중 한 명으로 '경영 사상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찰스 핸디는 피터 드러커로부터 "천재적인 통찰력으로 학문적인 개념을 현실에 대입해 구현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옥스퍼드대학교 졸업 후 다국적 석유회사 셸에 입사해 임원을 지냈으며, MIT 슬론 경영대학원 펠로우를 거쳐 런던경영대학원에 MBA과정을 설립했다. 이후 영국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세인트조지하우스 소장과 왕립예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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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지막 순간마저 축복이었다…'아흔에 바라본 삶'

기사등록 2025/12/29 14:14:2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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