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 거부' 배지 70대…"연명의료 중단, 비용절감 보단 개인존엄서 시작해야"

기사등록 2025/12/28 06:00:00

최종수정 2025/12/28 06:55:12

李 '연명의료 중단 인센티브' 검토에 갑론을박

77세 남성이 본 인센티브…"돈은 답 아니다”

"취약계층엔 압박 될 수도 의료계 등도 지적

[서울=뉴시스]김경민 인턴기자=전직 공무원 이동호씨(76)가 지갑과 휴대전화에 소지하고 다니는 'Do not CPR'(심폐소생술 거부)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와 종이. 2025.12.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민 인턴기자=전직 공무원 이동호씨(76)가 지갑과 휴대전화에 소지하고 다니는 'Do not CPR'(심폐소생술 거부)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와 종이. 2025.1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김경민 인턴기자 = "정부에서 돈 몇 푼 준다고 해서 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겠습니까.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20만원을 준다지만 제가 면허를 놓은 건 돈 때문이 아니라 제 건강과 안전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연명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논현동에 거주하는 전직 공무원 이동호(76)씨는 지갑과 휴대전화에 'Do not CPR'(심폐소생술 거부)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와 종이를 소지하고 다닌다. 지난 2012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6년을 투병하다 2018년 고통 속에 떠난 아내를 지켜본 뒤부터다.

그는 "(아내가) 말기에 접어들자 통증이 너무 심해 '죽여달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 제약만 없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이씨가 연명의료 거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 됐다.

이후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했고,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배지를 만들어 상시 소지하고 다니고 있다. 이씨는 "담배 케이스, 지갑, 휴대전화까지 모두 표시해두고 다닌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서 내 의사가 존중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연명의료 중단으로 절감되는 의료비의 일부를 보상하는 방식의 '인센티브' 정책 검토를 주문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의 취지는 연명의료 중단을 권장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자칫 경제적 논리가 삶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씨 역시 최근 논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연명의료 관련 정책이 비용 절감에 매몰되기보다 개인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결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개인의 판단"이라며 "정부가 돈을 준다고 해서 그 생각이 바뀌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제도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놓인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본인 의사를 미리 정해 기록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될 경우 이 의사를 왜곡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관계자도 금전적 보상이 가져올 부작용에 공감했다. 그는 "연명의료 결정 제도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금전적 인센티브는 선택을 왜곡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완화의료나 가족 돌봄을 지원하는 간접적 방식의 인센티브를 택하는 사례도 있다"며 다양한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제도가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순둘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결정자가 늘어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택'인지 보상을 위한 '장려'인지 모호해질 수 있다"며 "돈이 없는 노인들에게 연명의료 중단은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한 비자발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삶과 죽음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인 빈곤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연명의료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주는 것은 결국 자기결정권에 대한 불평등 심화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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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 거부' 배지 70대…"연명의료 중단, 비용절감 보단 개인존엄서 시작해야"

기사등록 2025/12/28 06:00:00 최초수정 2025/12/28 06: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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