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 기회" 믿었는데 정화조 청소…美언론, J-1 비자 실태 지적

기사등록 2025/12/26 08:11:54

최종수정 2025/12/26 08:35:49

강제노동 호소·중상 사고까지…연수생 "노예처럼"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2025.12.25.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2025.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미 국무부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인 J-1(비이민 교환방문) 비자 제도가 일부 악덕 업체들의 이윤추구와 이해충돌로 '현대판 노예제'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J-1 비자 학생·연수생을 모집해 미국 내 업체들과 연결·관리하는 이른바 '스폰서' 단체들이 매년 15만명 이상 해외 청년을 미국으로 데려오면서도 보호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가 비자 신청자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감독해야 할 고용주와 거래를 맺는가 하면, 안전하지 않거나 학대적인 근무 환경 정황을 보고도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NYT는 먼저 일부 스폰서의 '사익 추구' 행태를 사례로 들었다.

한 단체는 연수생들이 "노예처럼 느꼈다"고 말한 일터로 이들을 보내면서도 대표에게 연간 50만 달러가 넘는 보수를 지급했다.

또 다른 단체는 최고경영자(CEO)의 아내와 딸들, 사위까지 급여 명단에 올려 최근 2년 동안만 가족이 100만 달러 이상을 가져가도록 했다고 한다. 임원 가족이 소유한 농장, 이사회 구성원이 소유한 와이너리로 젊은 참가자들을 보내 일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

개별 참가자들의 피해 호소도 잇따랐다. 한국 대학생 강동호씨는 2023년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약속한 홍보물을 보고 스폰서 'J-1 비자 익스체인지스(J-1 Visa Exchanges)'와 대리인에게 수수료로 약 5000달러를 냈다고 한다.

그러나 강씨는 인디애나의 한 제철공장으로 보내졌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정화조를 청소했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스폰서가 돕지 않았고 결국 해고됐다고 한다. 강씨는 이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NYT는 스폰서 단체의 감독 부실과 '관계 유지' 구조도 문제로 제기했다.

1990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전세계 국제학생교류재단(WISE)'은 2019년 네브래스카의 한 양돈농장에 참가자들을 보냈고 국무부 내부 이메일에는 참가자들이 하루 12시간 노동과 교육 부재, 추방 위협을 호소하며 "노예처럼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상 사고 사례도 있었다.

독일 출신 농업공학 전공 학생 레안더 바이크는 지난해 오클라호마의 한 농장에서 작업 중 트럭 타이어가 폭발해 머리를 강철 테이블에 부딪히는 사고로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단지 값싼 노동자였다"고 말했다.

NYT는 이런 문제가 구조적으로 가능해진 배경으로 '규정의 빈틈'을 들었다.

스폰서 단체들은 수수료를 얼마로 책정할지, 고용주를 어떻게 심사할지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일부는 건강보험 회사 같은 부대 사업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구매를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J-1 프로그램에는 모집 수수료 금지나 상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강조됐다.

NYT는 H-2B 비자 노동자는 강제노동 유인을 막기 위해 모집 수수료를 내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J-1에는 같은 장치가 없고 일부 스폰서는 신청 건당 약 5000달러를 걷는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NYT 보도에 반발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NYT에 당국이 개혁을 진행해 왔고 규정 미준수 스폰서를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등 감독을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또 "수년 전의 낡고 시의성 없는 불만을 끄집어내 국무부의 현재 운영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한 억지"라며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표적 공격(hatchet job)"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국무부가 이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을 법과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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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 기회" 믿었는데 정화조 청소…美언론, J-1 비자 실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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