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지행위 유형 마련
취소·탈퇴·가격비교 방해…화면 눈속임도
내년 4월 본격 시행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하는 이른바 '다크패턴(온라인 눈속임 상술)'을 차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다크패턴 금지 행위를 4개 범주, 15개 세부 유형으로 구체화해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다크패턴은 온라인 환경 속 제한된 화면에서 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에게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업자가 다크패턴을 교묘히 활용하면 금융소비자가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금융상품·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최근 온라인·비대면 금융상품 판매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기존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만으로는 온라인 판매 특유의 위험을 충분히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대면 판매뿐 아니라 비대면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설명의무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온라인 환경의 특수성을 악용한 기만 행위를 세밀하게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온라인 거래시 사업자가 온라인상 특성을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다크패턴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으나 금융상품 판매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돼왔다.
이에 금융위는 전자상거래법과 별도로 금융업권에 적용할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금융상품판매업자, 자문업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핀테크업자 등 금소법을 적용받는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온라인 다크패턴의 주요 범주 및 세부 유형.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융위는 크게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편취유도형 등 4개의 범주, 15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하고 금지 행위를 열거했다.
오도형은 거짓을 알리거나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르게 화면·문장 등을 구성해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행위다. 설명 절차 과정에서 하나 이상 단계를 제거해 오인하도록 하거나, 속임수 질문, 시각적으로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 항목을 두드러지게 표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방해형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등에 과도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게 만들어 합리적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다. 취소·탈퇴 방해, 가격비교 방해, 클릭 피로감 유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압박형은 금융소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유형이다. 계약 과정 중 기습적 광고, 반복적 간섭, 감정적 언어 사용, 구매한 금융소비자 수를 표시하는 등 다른 소비자의 활동 알림 등이 포함된다.
금융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인터페이스 조작을 통해 비합리적인 지출을 유도하는 편취유도형도 있다. 금융상품 검색 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 최대 이익 또는 최소 이율 등 금융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계약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비용이나 가격을 차츰 보여주는 행위다.
이번에 마련된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전산 개발, 내규 정비 등 약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가이드라인인 만큼 우선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점검을 통해 적극적인 이행을 유도하되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을 통해 이행 상황을 지도·감독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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