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5.12.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3/NISI20251223_0002026131_web.jpg?rnd=20251223172340)
[서울=뉴시스]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5.12.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프랑스 작가 바바라 몰리나르(1921~1986)가 생애 유일하게 남긴 단 한 권의 책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한겨레출판)가 출간됐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겸 영화감독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가 몰리나르의 글을 발굴해 엮은 소설집이다. 국내 번역은 소설가 백수린이 맡았다.
몰리나르는 평생 꾸준히 글을 썼지만, 완성한 원고 대부분을 스스로 파기하며 작품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뒤라스는 폐기된 단편들을 모아 몰리나르를 설득했고, 1969년 첫 책 '와줘(Viens)'를 내놓았다. 이책은 결국 저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됐다.
뒤라스는 서문에서 "이 책에서 우리가 읽는 것은 그녀가 여덟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극히 일부, 어쩌면 10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총 13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불안하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그린다. 꿈과 환상을 경유하지만 그 안에는 불편함과 긴장이 깔려있다. 등장인물들은 공통으로 강박, 불안, 우울증 등을 앓고 상실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경험한다.
책 말미에는 뒤라스와 몰리나르와의 대화가 수록됐다. 대화는 몰리나르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단편 '지하 납골당'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작품을 끝까지 썼다면 이 작품이 단편집에서 유일하게 실제 겪은 사건을 다룬 소설이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몰리나르는 묘지 산책 중 방문한 지하 납골당을 회상한다. 그 공간에 있는 동안 평온했지만 이후 며칠간 근육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그곳에 가고싶었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매혹의 영역이었다.
"죽음은 인제 남은 유일한 놀라움이에요. 왜냐하면 삶에는 더 이상 놀랄 만한 것이 없거든요. 그래서 죽음이 매혹적이죠. 저는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중략) 삶 속에서는 붙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우리는 죽음 속에서 붙잡을지도 모르니까요." ('지하 납골당' 중)
백수린은 '옮긴이의 말'에서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아무리 찾아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출구를 찾아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계속 나아가려 분투하는 한 여성의 실존적 불안, 고독, 광기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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