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3대 의혹, 진상조사는 '올스톱'[여객기참사 1년㊥]

기사등록 2025/12/24 09:01:00

조류 충돌 위험 있었는데 대처 충분했나…비상착륙 왜?

'피해확대 요인' 콘크리트 둔덕 책임은…규명 과제 산적

유족 불신 자초한 사조위…독립기구 전면 재조사 '수순'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이영주 기자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년을 맞았지만 온전한 진실 규명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류충돌 예방 활동이 충분했는지, 동체 착륙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피해 확대 요인으로 꼽히는 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의 책임 소재 등 주요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깜깜이' 조사 활동이 이해 충돌·공정성 논란 등에 휘말렸다.

파행 끝에 독립 기구를 통한 전면 재조사로 가닥 잡히며, 유족들이 바라는 '투명하고 공정한 진상 규명'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류충돌로 시작된 비극,…예방 조치 충분했나

비극의 시발점은 조류충돌로 좁혀졌다. 사조위는 참사 한 달여 만에 사고기 양쪽 엔진에서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이 '기체 아래 조류가 있다'고 대화한 뒤 39초 지나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점, 1차 착륙 시도 실패 뒤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이 포착된 공항 폐쇄회로(CC)TV영상 등도 조류 충돌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남은 과제는 착륙 과정에 기체와 조류 간 충돌을 막으려는 공항 측 조치가 충분했는지 밝혀내는 일이다.

실제 무안공항 주변은 농경지·갯벌이 넓어 조류 활동이 빈번하다. 실제 2009년부터 무안공항은 '조류 출현이 잦은 지역'으로 정부가 분류한 바 있고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퇴치 시설 설치·인력 확충이 권고되기도 했다.

공항에는 조류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도 없었다. 야생동물통제대(4명)도 3교대로 운영, 사고 당시 조류 퇴치에 1명만 투입됐다. 조류 충돌 위험을 알고도 공항 측 대처가 적절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조류충돌 전후 기체 통보 시점 등 공항 관제 적정성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의 잔해와 동체 착륙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24.12.30. mangusta@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의 잔해와 동체 착륙의 흔적이 남아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비상착륙 왜 했나…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사조위는 조류충돌이 있었던 양쪽 엔진 중 오른쪽은 내부손상이 심해 화염까지 일었다고 잠정 파악했다. 다만 조류충돌 이후에도 기체 출력 자체는 비행이 가능했다고 추정했다.

사조위 추론대로, 불완전하긴 해도 비행할 수 있는 추력은 남았다면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진다.

사고기가 비행 가능 상태였다면 랜딩기어 작동 불능, 1차 착륙 좌절 뒤 다시 고도를 높이는 '복행' 실패, 비상 동체 착륙에 이르는 사고 과정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은 양쪽 엔진이 먹통된 원인이 무엇인지 가려져야 한다. 참사 직후부터 사고기의 무리한 운항 일정을 들어 부실 정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제조사 엔진 결함을 둘러싼 의구심도 꾸준히 일었다.

그러나 사조위는 지난 7월 엔진 제조사 측 분석 결과를 들어 "결함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대신 조류충돌로 손상이 심각한 오른쪽이 아닌 왼쪽 엔진을 껐다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뒀다. 출력 상실에 따른 전력 공급 중단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사조위는 이 같은 엔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유가족이 '조사가 한창인데 과실로 몰아간다'며 거세게 반발해 무산됐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2. mangusta@newsis.com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2. [email protected]

'피해 확대 요인' 콘크리트 둔덕, 책임 소재는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있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지지하는 2m 높이 콘크리트 둔덕은 참사 피해를 키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07년 개항 당시부터 콘크리트 둔덕 형태로 설치됐고, 개량 과정에서 상판에 30㎝ 두께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 설치됐다.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내 방위각 시설은 충돌 시 쉽게 부러지는 구조로 설치해야 한다'는 공항안전운영기준 규정에 어긋났다.

'종단 안전구역' 국제 표준은 활주로 끝단에서 300~305m 내에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내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권고기준도 240m지만 무안공항은 199m에 불과했다. 더욱이 활주로 끝단으로부터 251m 안에 착륙 위험을 높이는 견고한 콘크리트 장벽 '둔덕'이 있었다.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방위각 시설 둔덕의 설치 경위와 부실 관리·감독은 핵심 진상규명 과제 중 하나다.

특히 공항 시설물 설계·시공·운영 과정에 최종적인 감독 책임이 있는 주무부서 국토부와 관리 주체인 한국공항공사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국토부 소속 사조위가 상급 기구인 국토부 관계자의 책임 소재를 밝혀내야 하는 '이해 충돌' 모순이 빚어졌다.

사조위도 국토부 전·현직 공직자들이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엔진 제조사가 내놓은 분석에 의존해 중간 조사 결과를 도출하는 등 공정성·전문성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유족들은 "사조위가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떤 증거가 있고 분석 과정은 어떤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조위의 조사 활동은 중간 보고 성격을 띈 공청회를 앞두고 '올스톱' 됐다. 국회 본회의에는 사조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전환하는 개정법률안이 상정돼 의결을 앞두고 있다.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사조위는 국무총리 산하 독립적인 조사 기구로 거듭 난다. 전면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해 사고 원인 결과보고서 도출까지는 상당 기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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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3대 의혹, 진상조사는 '올스톱'[여객기참사 1년㊥]

기사등록 2025/12/24 09:01: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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